이란 외무부가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사건의 책임을 모두 인정한다면서도 실수로 벌어진 사건을 이란을 압박하는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세예드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낸 성명에서 "희생자 유가족에게 다시 한번 애도를 전한다"면서도 "1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피해국 장관급 회의에서 나온 언급에 놀랐다"고 밝혔다.
무사비 대변인은 특히 프랑수아-필립 샹파뉴 캐나다 외무장관을 지목해 "이란은 사건 첫날부터 인도적 측면에서 비자 발급 등 영사 조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는데도 그는 이런 요구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과 캐나다가 2012년 단교한 뒤 캐나다 측에 수차례 이익 대표부를 테헤란에 설치하라고 했지만 미국의 압박 때문에 이를 거부했다"며 "캐나다가 이제 와서 왜 그런 말을 하는지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건 당사국은 가족을 잃은 유족을 핑계로 인도적 사안을 정치적으로 악용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 모인 5개 피해국(캐나다·우크라이나·아프가니스탄·스웨덴·영국)은 당사국이 모두 참여하는 독립적이고 투명한 국제적 조사와 희생자에 대한 배상을 이란에 촉구했다.
샹파뉴 장관은 이날 "국제 사회의 눈이 지금 이란에 쏠렸다"며 "이란은 선택해야 할 것이며,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이란을 압박했다.
이번 여객기 격추 사건에서 이란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난 캐나다의 샹파뉴 장관은 17일 별도로 중립국 오만에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을 만났다.
이란 외무부에 따르면 이 회담은 캐나다가 요청해 이뤄졌다. 자리프 장관은 회담이 끝난 뒤 트위터에 "이번 참사를 정치 쟁점화해서는 절대 안 된다. 유족에 집중해야 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 8일 이란 테헤란 이맘호메이니 공항을 이륙한 우크라이나국제항공 소속 여객기 1대가 이란 혁명수비대의 대공 미사일에 격추돼 탑승자 176명이 전원 숨졌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당시 미국과 군사적 긴장이 전쟁 수준으로 첨예한 상황에서 해당 여객기를 미국의 크루즈미사일로 오인한 대공부대의 실수로 격추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