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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주총에 올인한다지만...조원태 vs 조현아 장기전 가나


입력 2020.03.13 05:00 수정 2020.03.13 05:32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소액주주 위임장 확보전에 의결권 행사 여부로 신경전

양측 지분 매입 속도...패배 가능성 염두 이후 상황 대비

서울시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 전경.ⓒ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의 3자 주주연합이 그룹 경영권을 놓고 장기전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오는 27일 한진칼 정기주주총회에서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앞두고 있지만 양측 모두 이후 상황을 대비하는 모양새다.


13일 한진그룹과 3자 주주연합 등에 따르면 양측은 이미 주총을 앞두고 소액주주들을 대상으로 의결권 위임장 확보전에 나선 가운데 대한항공의 자가보험·사우회 보유 지분을 놓고도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번 한진칼 주총에서는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걸려 있어 양측이 한치도 양보 없는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한진칼은 지난 주말부터, KCGI는 11일부터 소액주주들을 대상으로 위결권 위임장 확보에 나선 상태다. 양측 모두 자신들의 안건에는 찬성을, 상대의 안건에 반대 의견을 위임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을 두고도 혈투를 예고하고 있다. 3자연합은 대한항공 자가보험과 사우회 등이 보유한 한진칼 주식 224만1629주(3.8%)에 대해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자가보험과 사우회 모두 대한항공이 직접 자금을 출연한 단체로 사실상 조원태 대표이사의 영향력 아래에 있어 구성원 개개인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자가보험이 이미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 찬반을 임직원이 직접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라며 3자연합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전자투표 시스템을 마련해 이를 실현해 왔다며 이번에도 동일하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회사측은 “13∼20일 사내 인트라넷인 임직원정보시스템에 '전자투표 시스템'을 만들고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다뤄질 안건별 찬반 의견을 받을 계획"이라며 "찬반 비중에 맞춰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총에서 양측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 있는 지분율은 조 회장측이 33.45%, 조현아 3자 연합이 31.98%로 1.47%포인트 차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 자가보험과 사우회 등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3.8%의 행사 여부는 주총의 승부를 판가름 낼 수 있는 변수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한진그룹

이처럼 양측이 이번 주총에서의 승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패배를 대비한 장기전도 준비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 주주명부 폐쇄 이후 추가로 매입한 지분에 대해서는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음에도 양측 모두 올 들어 지속적으로 추가 지분 매입에 나서는 것은 장기전에 대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의 시선이다.


조원태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델타항공은 꾸준히 지분 매입에 나서 지난해 말 11%였던 지분율은 14.9%로 끌어올린 상태로 한진그룹 임직원들의 한진칼 10주 사기 운동도 현재 진행형이다.


3자연합측도 KCGI가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지속적으로 지분을 매입해 17.84%까지 늘어났다. 또 반도건설도 대호개발과 한영개발을 통해 올 들어 총 791만9000주를 사들여 지분율을 13.3%까지 끌어올렸다.


이로써 조 회장측은 조 전 부사장을 제외한 총수 일가 지분(22.45%), 델타항공(14.9%), 카카오(2%),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우리사주조합(3.8%) 등 43.15%를, 이에 맞서는 3자 연합은 조 전 부사장(6.49%), KCGI(17.84%), 반도건설 계열사들(13.30%)을 더해 37.63%의 지분을 각각 확보한 상태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각각 9.7%포인트, 5.65%포인트 늘린 것인데 이같은 지분율 끌어올리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결국 이번 주총이 승부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측이 이번 정기 주총에서 제안한 안건들이 의결되지 않으면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다시 시도하면서 대결이 계속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상법상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지닌 주주는 임시 주총 소집을 이사회에 요구할 수 있다.


강성부 KCGI 대표가 지난달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임시주총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 정기 주총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답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또 이사회가 임시 주총 소집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지만 주주친화경영이 강조되고 있는 최근의 흐름을 감안하면 이사회가 거부할 경우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또 회사가 거부하더라도 법원의 허가를 받아 임시주총을 소집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상황들로 인해 양측이 장기전 가능성에도 대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강성부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3자 연합에 대해 “긴 시간 동안 서로 계약을 깰 수 없게 명확하게 합의하고 계약한 상태”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 장기전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의 승부는 정말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어느 쪽이든 원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지 않았을 때 그대로 승복하고 포기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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