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 거물급 인사 합류…靑 정무적 판단 강하게 작용한 듯
총재급 금통위원 등장에 역학구도 주목…정책 연계 강화 전망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리던 조윤제 전 주미대사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입성하면서 향후 통화정책에 어떤 바람이 불지 주목된다. 현 정권의 거물급 인사의 합류를 둘러싸고 청와대의 정무적 판단이 반영됐다는 평판이 나오는 가운데 이른바 총재급 금통위원으로 평가되는 조 전 대사의 합류로 금통위의 역학 구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다.
16일 한은에 따르면 오는 20일자로 임기가 만료되는 조동철·신인석·이일형·고승범 금통위원의 후임위원으로 조윤제 전 주미대사와 서영경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 원장, 주상영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고승범 현 금통위원이 추천됐다.
차관급인 금통위원은 기준금리와 공개시장운영, 자금준비제도 등 통화신용정책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직책이다. 다만, 이번처럼 금통위원 4명이 한꺼번에 바뀌는 것을 막고자 개정된 한은법에 따라 한은과 금융위원회 추천 금통위원은 이번만 임기가 3년으로 줄어든다. 대한상의와 기재부 추천 금통위원의 임기는 그대로 4년이 유지된다.
특히 금통위원은 독립기구의 멤버라는 명분 상 정권에 관계없이 임기를 보장받고, 인사 청문회 등의 검증 절차도 받지 않는다. 연간 3억원 이상의 보수와 별도의 업무추진비, 차량 등도 지원된다. 이처럼 공개적인 검증 절차가 없으면서도 사회적 권위와 실리를 모두 가질 수 있는 만큼 학계와 금융권, 경제관료 등 모두 원하는 자리로 꼽힌다.
이번에 새로 선임된 금통위원들 중 가장 시선이 쏠리는 인사는 조 전 대사다. 조 전 대사는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의 싱크탱크였던 정책공간 국민성장의 소장을 맡으며 대통령의 정책 철학을 다진 인물이다. 그리고 현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초대 주미대사를 역임했다. 이후 지금까지 서강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로 자리해 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금융권에선 조 전 대사는 금통위원과 거리가 멀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달 말 미래에셋대우 사외이사를 맡으면서다. 그런데 불과 10여일 만인 최근 해당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사실상 금통위원으로 확정됐다는 얘기가 빠르게 확산됐다.
아울러 조 전 대사의 금통위원 선임을 둘러싸고 체급이 맞지 않는 인사란 평가도 나온다. 2018년 이주열 현 한은 총재가 연임할 당시 유력한 경쟁자로 거론됐었던 전례 탓이다. 이른바 총재급 금통위원이란 평이 나오는 이유다. 또 장관급인 주미대사를 거쳤다는 점에서 차관급인 금통위원으로 자리를 낮추겠느냐는 시선도 존재했다.
이런 정황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금통위원 인선에 청와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하다. 이번 금통위원 인선은 기획재정부, 한은, 금융위원회, 대한상공회의소 등의 추천을 받은 인사를 청와대가 검증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로 진행됐다.
특히 금통위원 최종 결정이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에야 발표된 점도 이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금융권에서는 과거 사례를 돌아봤을 때 지난 10일 열린 금통위 직후 후임 금통위원 인선 발표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면서 금통위원 인선에 따른 불확실성도 조기에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통위원 인사를 총선 전에 단행할 경우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측면을 차단하기 위해 청와대가 정무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여당의 총선 압승과 더불어 조 전 대사의 금통위원 임명에 따라 앞으로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과 정부 정책의 연관성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