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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 ‘총체적 난국’...업황 회복 지연되면 고사 위기


입력 2020.05.16 06:00 수정 2020.05.15 22:27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1Q 9개 항공사 적자규모 5천억 넘어...앞으로가 더 문제

자금난에 매각 차질...해외선 파산에 국유화 움직임까지

국가 기간 산업 위한 추가 대책 필요...선 지원 후 조치해야

항공업계가 총체적 난국의 수렁에 빠지는 분위기다. 사진은 지난달 21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주기돼 있는 모습.ⓒ뉴시스

항공업계가 총체적 난국의 수렁에 빠지는 분위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의 영향으로 1분기 일제히 급락한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2분기 이후 전망도 어두운 상황이어서 하반기 유동성 악화에 직면하며 고사 위기에 처할 상황이다.


악화될대로 악화된 업황으로 이미 결정된 매각까지 차질을 빚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자금난이 심화되는 돈맥경화에 빠지면서 그야말로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이스타항공·에어서울·플라이강원 등 국내 9개 항공사들이 1분기에만 5000억원을 웃도는 영업적자를 시현한 것으로 보인다.


◆ 1Q보다 2Q가 더 두렵다...코로나19 재확산 우려도


이날 실적을 발표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과 앞서 지난 8일 발표한 제주항공 등 총 6개 상장사들의 1분기 영업적자 규모는 약 4226억원 수준이다.


각사별로 살펴보면 아시아나항공(-2082억원)이 가장 적자 규모가 컸고 제주항공(-657억원)·대한항공(-566억원)·에어부산(-385억원)·진에어(-313억원)·티웨이항공(-223억원) 등의 순으로 줄줄이 적자를 시현했다.


이는 전년동기인 지난해 1분기 이들 6개사의 영업이익 규모가 3960억원에 이르렀던 것을 감안하면 완전히 반대의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같은기간 매출도 5조9601억원에서 3조9970억원으로 약 3분의 1(1조9631억원·32.9%)이 사라졌다.


이스타항공·에어서울·플라이강원 등은 비상장사여서 이날 실적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이들 3사가 시현한 적자까지 합산하면 항공사들의 적자 규모는 5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타항공은 국내 항공사 중 최초로 시작한 국내선·국제선 완전 셧다운이 아직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며 에어서울은 다른 LCC들과 마찬가지로 국제선이 여전히 중단된 상태다. 신생 LCC인 플라이강원도 출범 초기부터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경영위기가 닥친 상황이어서 실적이 좋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2분기다. 1분기의 경우,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 1월 운항 실적과 수요는 거의 악영향이 없었지만 2분기는 다음달까지 모두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인천발 전 국제선 노선 승객들을 대상으로 발열 체크를 실시하고 있다.(자료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내달부터 국제선 운항 재개 및 확대에 나설 계획이지만 화물 수요 또는 비즈니스 등 상용 수요를 소화하기 위해서 이뤄지는 조치다.


여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여행·관광 수요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최근 중국과 독일 등에서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이 보여 불확실성마저 커지고 있다. 이는 여행·관광 수요가 국제선의 비중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국제선 재개를 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6일간 황금연휴로 인해 국내선이 제주 노선을 중심으로 반짝 특수를 누리긴 했지만 국내선 수요가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보기엔 어렵다. 게다가 이태원 클럽발 재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그나마 남아 있던 수요마저 줄어들 가능성도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완화된다고 해도 감염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여행·관광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여름 휴가철이 끼어 있는 최대 성수기 3분기까지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 자금난으로 고사 우려 커져...해외선 파산하는 곳도


항공업계에서는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하반기까지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면 자금난으로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대규모 금융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고정비용이 큰 항공업의 특성상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하반기까지 버티기에는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정부 지원금 1조2000억원에 사상 첫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향후 극복해야할 과제가 많아 처한 상황이 녹록치만은 않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지난해 결정된 HDC현대산업개발그룹으로의 인수가 다시 불투명해지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대형항공사보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LCC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업황 악화가 지속될 경우, 이미 이스타항공을 인수한 국내 최대 LCC인 제주항공에도 악재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플라이강원 등 나머지 LCC들도 자금난으로 생존의 위기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월 19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제공항 수하물 찾는 구역에 승객이 없어 기기가 가동을 멈춘 채 정지돼 있다.(자료사진)ⓒ뉴시스

이미 해외에서는 파산하는 항공사도 나오고 있다. 100년의 역사를 보유한 남미 제 2의 항공사인 콜롬비아의 아비앙카 항공은 영업난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남미국가들은 지난 3월 중순부터 잇따라 국경을 폐쇄하며 극단적 봉쇄조치에 들어가면서 항공수요가 급감했다.


이탈리아 국적 항공사인 알리탈리아는 국유화가 추진되고 있고 포르투갈 항공사인 TAP 포르투갈도 국유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항공업계에서도 이같은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며 추가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미 유럽 각국에서는 국가 기간 산업의 중요성을 감안해 항공사에 대한 대규모 지원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유럽 최대 항공사인 독일 루프트한자의 경우, 독일·스위스·오스트리아·벨기에 등 4개 국가에서 총 100억 유로(약 13조3000억원)를 지원받는다. 에어프랑스-KLM 그룹도 프랑스와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110억 유로(약 14조6000만원)를 지원받을 예정이다. 북유럽 3국 연합 항공사인 스칸디나비아항공도 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 정부로부터 3000억원을 지원받기로 한 상태다.


항공산업은 국내외 네트워크가 중요한 특성상 한번 망가지기 시작하면 다시 복구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투입돼야 하는 만큼 일단 지원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먼저 위기를 넘긴 후 회복되는 과정에서 자금회수나 구조조정 등의 조치 등을 취해도 늦지 않는다는 것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은 항공산업의 몰락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무조건적인 지원을 통해 우선 업을 살리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하반기 이후로 업황 회복이 지연될 것을 감안해 이미 결정된 지원의 신속한 집행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지원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천국제공항 인근에서 항공기가 비행을 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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