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서 여대야소 결과, 원활한 코로나 위기 대응하란 의미
악용시 국민 신뢰 상실…당 중심 원심력 강화로 레임덕 우려
정가 "文, 수적 우위에 의한 일방적인 국정운영 유혹 떨쳐야"
'177석의 거대 여당' '60% 안팎의 국정 지지율'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4년차에 마주한 정치 환경은 후반기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담보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대야소의 21대 국회는 사실상 문 대통령 뜻대로 정책을 펼칠 수 있는 무대다. 여야 대치로 번번이 좌절됐던 주요 공약이 날개를 펼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초집중된 국가권력은 '양날의 검'이다. 원활한 위기 대응 측면에서 국민이 문 대통령에 힘을 실어줬지만, 이를 악용한다면 국민의 신뢰를 잃는 건 물론 차기 주자와 당 중심의 '원심력'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관건은 문 대통령의 협치 의지와 국민통합 행보다. 총선 표심의 40%는 보수 야당으로 향한 만큼 문 대통령은 수적 우위에 의한 일방적인 국정운영 유혹을 떨쳐내야 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범여권까지 아우르면 180석을 웃도는데, 문 대통령이 자칫하다가는 의석수에 기대 일방적인 국정운영 유혹을 받을 수 있다"며 "야당이 협조를 안한다는 변수도 있지만, 그 상황에서도 초심으로 돌아가 야당을 설득하고 협치의 정신과 기조를 살리는 차원에서 국정운영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실천하고자 내민 첫발이 28일 열린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이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선 속도와 타이밍이 중요한 만큼 국회, 특히 야당의 '초당적 협력'을 요청한다는 취지로 자리를 마련했다. 오찬 자리에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20대 국회도 협치와 통합을 표방했으나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면서 "이번에는 제대로 한 번 해보자"고 했다. 이어 "협치의 쉬운 길은 대통령과 여야가 자주 만나는 것"이라며 "아무런 격식 없이 만나는 게 좋은 첫 단추다. 앞으로 정기적으로 만나 현안이 있으면 이야기하고 없더라도 만나서 정국을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제1야당 원내대표를 만나 '협치'를 강조한 건 거대 여권의 주도권 행사보단 통합에 방점을 둔 행보를 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이 6월 초 개원연설을 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 대통령의 개원연설이 이 시기에 이뤄진다면 국회법 개정 이후 역대 가장 빠른 것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성과를 위해선 '국민통합' 행보도 필수적이다. 지지층을 대변하는 것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닌, 반대 세력까지 포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 40%는 보수 야당을 선택한 만큼 문 대통령이 지지층 외의 국민도 포용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의 안정을 위해서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정치 환경과는 달리 문 대통령이 맞닥뜨린 국내외적 여건은 녹록지 않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있고, 경제 위기 극복 시기는 점점 뒤로 밀리고 있다. 고공행진하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도 하락세 조짐을 보이고 있다. 총선을 통해 거대 여당, 여대야소 구도가 형성된 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빠른 안정감 구축이 필요하단 의미라는 게 정가의 해석이다. 문 대통령이 주력해왔던 '국민 체감 성과'를 위해서도 협치와 국민통합 행보가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