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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양준모, 17년간 외면한 '쇼 뮤지컬'로 간 까닭은


입력 2020.06.07 23:11 수정 2020.06.07 23:18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서 줄리안 마쉬 역

"과거엔 악보, 지금은 대본이 작품 선택 기준"

양준모.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데뷔한 지 17년 됐는데 쇼 뮤지컬은 처음이에요. 그동안 제가 출연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해 관람한 적도 없었거든요."


배우 양준모(40)가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뮤지컬 관계자들과 팬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꿀성대'로 불리는 그가 '쇼 뮤지컬'에, 그것도 넘버 수가 많지 않은 줄리안 마쉬를 연기한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의외의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오는 20일부터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하는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뮤지컬배우를 꿈꾸는 페기 소여가 브로드웨이의 유명 연출가 줄리안 마쉬의 새 뮤지컬 '프리티 레이디'를 통해 최고의 뮤지컬 스타로 탄생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성악가이기도 한 양준모가 출연한 '명성황후' '영웅' '오페라의 유령' '웃는 남자' '서편제' '지킬앤하이드' 등과는 너무나 결이 다른 작품이다.


평소 자신이 직접 참여할 만한 작품이 아니면 관심 자체를 두지 않는다는 양준모이기에 더더욱 의외였다. 하지만 연기 경력이 쌓일수록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도 달라졌고, 그것이 기존 틀을 깨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된 원동력이 됐다.


"예전엔 작품을 보는 기준이 악보였어요. 오디션을 보러 갈 때도 악보를 가장 먼저 봤었죠. 하지만 이제는 대본을 봅니다. 뮤지컬이 아무리 노래가 중요하다고 해도 대본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고, 그게 옳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지금은 대사와 넘버를 따로 보지 않아요. 노래도 연기하는 것은 연장일 뿐이니까요."


양준모.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양준모는 "최근엔 그동안 보지 않았던 '맘마미아!'도 챙겨 봤다"며 "더 일찍 이 작품('브로드웨이 42번가')를 봤다면 아마 욕심을 냈을 것 같다. 조금은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명작'이란 타이틀이 전혀 아깝지 않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대본을 보니 웬만한 정극 이상의 깊이가 있더라고요. 유명한 연출이 신인 여배우를 성공시킨다는 줄거리는 1차원적 접근이고, 더 깊게 들어가 보면 인물과 인물의 관계가 정말 탄탄하게 돼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렇다면 양준모가 생각하는 '명작'의 의미는 뭘까. 양준모는 "배우가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빛이 나는 작품이 있다. '브로드웨이 42번가'도 그중 하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연 배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공연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압박이 엄청나게 커요. 특히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들은 그런 배우의 연기에 따라 관객들의 만족도도 엇갈리게 돼요. 그런데 명작은 배우가 그저 흐름에 맡기기만 해도 흘러가고, 관객들에게 감동을 줘요. 저는 그걸 경험했어요."


그동안 출연한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는 '레미제라블'을 꼽았다. 2007년 오디션에선 최종 단계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이는 오히려 약이 됐다고. 양준모는 "그때 '레미제라블'을 했더라면 뮤지컬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후 양준모는 2015년 꿈에 그리던 '레미제라블' 무대에 올랐다.


"장발장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선 필요한 요소들이 많은데, 그땐 그 요소들을 전작들을 통해 많이 경험한 뒤였어요. 그동안의 경험들을 장발장 안에 다 녹일 수 있었어요. 매 공연이 정말 행복했어요."


양준모.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양준모는 배우이기도 하지만 오페라 '리타'를 연출한 연출가이기도 하다. 그만큼 줄리안 마쉬를 연기하는 마음도 남달랐다.


"마지막 장면이 되면 줄리안 마쉬가 무대 위에 홀로 남게 돼요. 그 위에 서 있는 그의 감정을 100%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대공황이란 힘겨운 배경 속에서 작품을 올리는 과정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거예요. 저도 그런 과정을 겪어봤기에 다 와닿는 것 같아요."


작품의 배경이 되는 미국의 대공황은 현재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고통받는 현재 상황과도 묘하게 닮았다. 양준모는 "이 작품이 지금의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현재 상황에서 작품을 준비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감사한 일이죠. 특히 페기소여를 통해 줄리안 마쉬가 얻는 메시지, 또 페기소여가 줄리안 마쉬로부터 받는 메시지. 이런 것들을 관객들이 잘 살펴본다면 어려운 시대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으실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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