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포기·당대표 출마' 승부수 띄운 金
고(故) 이희호 여사 1주기 추도식 참석
'전북 정세균·TK 김부겸 제휴설'도 탄력
영남권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차기 대선 불출마를 전제로 당권 도전 결심을 굳힌 가운데 본격적인 '호남 민심 잡기'에 나섰다.
김 전 의원은 10일 서울 국립현충원 묘역에서 열린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여성 운동가인 이희호 여사의 1주기 추도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 여권에서 유력한 당권·대권주자로 꼽히는 이낙연 의원도 이날 추도식에 참석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참여 인원이 제한되면서 행사 참석 사전 신청을 하지 못한 김 전 의원은 행사장에 진입하지 못했다. 김 전 의원은 모든 행사가 끝난 후 이 여사의 묘소에 따로 참배했다. 주최 측은 "이낙연 의원은 미리 참여 신청을 했고 김 전 의원은 참여 신청을 하지 않았다. 전 의원이라 행사장 입장을 막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추도식엔 두 사람 외에 김태년 원내대표, 인재근·김한정·노웅래 의원,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 동교동계 박지원·한광옥·최경환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정부에선 정세균 국무총리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참석했다. 김광진 청와대 정무비서관도 자리했다.
김 전 의원은 20대 총선 때 '보수 텃밭'인 대구 수성갑에 당선 깃발을 꽂아 '지역주의 타파'의 아이콘으로 떠올랐지만, 21대 총선 땐 주호영 미래통합당 후보와 맞붙어 낙선했다.
대권을 꿈꾸는 자로서 정치적 타격을 입은 만큼 김 전 의원은 '대권 포기·당대표 출마'라는 '정치적 승부수'를 띄운 상태다.
김 전 의원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8월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우원식 의원과 만나 "당 대표가 되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고 (2년) 임기를 모두 채우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권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전북 정세균·대구 김부겸 제휴설'도 점차 탄력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두 사람은 강하게 부인했으나 김 전 의원이 당권에, 정세균 총리가 대권에 도전하는 것으로 역할 분담을 하고, 이번 전당대회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정 총리 주재로 열린 TK 지역 낙선자 20여명을 '위로 만찬'이 열리기도 했다. '정·김 연대설'이 현실화할 경우, 영호남의 화합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낙연 의원은 이날 추도식 직후 '김 전 의원이 당대표 출마 시 2년 임기를 모두 마치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보도 이외의 것은 알지 못 한다"고 말을 아꼈다. 질문 뒤 답변까지 17초가 걸렸다. 이 의원은 이날 추도식에 참석한 김 전 의원과 짧은 악수를 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시절인 1987년 대선 때 김대중 후보의 '마크맨'을 맡으면서 동교동계와 인연을 맺었고, 이를 계기로 16대 총선 때 정계에 입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