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비접촉을 뜻하는 ‘언택트(untact)’ 트렌드가 나타났다. 요즘은 비록 물리적으론 거리두기를 해야 하지만 온라인으론 사회적 연결망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온택트(ontact)’라는 키워드가 부상했다.
이노션 월드와이드도 얼마 전 ‘바이러스 트렌드’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에서 새로운 사회 트렌드로 ‘온택트’를 제시했다. 인터넷 기술 발달로 온라인 접촉 영역이 커져왔었는데 코로나19를 계기로 그런 흐름이 전면화 된다는 뜻이다. ‘디지택트(digitact)’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는데 온택트와 비슷한 의미다.
신한카드사는 카드사용 빅데이터로 분석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소비패턴의 변화’를 ‘S·H·O·C·K’로 제시했다. ‘온라인’(S), ‘홈라이프’(H), ‘건강·위생’(O)’, ‘패턴 변화’(C), ‘디지털 경험’(K)을 의미한다. 여기서 패턴 변화는 생활상이 크게 변한다는 일반적인 의미이기 때문에 실제 소비문화를 가리키는 키워드는 총 4개인데 전염병과 관련된 건강·위생을 제외하면 모두 디지털과 관련된 것들이다. 홈라이프도 홈에서 라이프를 이어가려면 디지털로 연결돼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온라인과 같은 의미다. 그러므로 소비패턴의 변화에 디지털의 대두가 결정적인 것이다. 모든 연령층이 디지털 영역에서 사회적 활동을 이어가는 디지털 시대가 성큼 우리 앞에 다가왔다.
공연계에서 이런 움짐임이 활발하다. 볼쇼이 발레단을 운영하는 볼쇼이 극장은 1776년 설립 이래 최초로 오페라와 발레 공연을 인터넷을 통해 공개했다. 온라인 유료공연도 이어졌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독일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와 협연한 공연이 대표적이다. 한류스타 방탄소년단과 NCT127, 슈퍼주니어 등도 증강현실을 접목한 온라인 공연에 나섰다.
인터넷을 통해 하모니를 형성하기도 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필하모닉 단원들은 각자 집에서 교향곡을 연주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집단 작업이 불가능해지자 인터넷을 매개로 협연한 것이다. 비록 물리적으론 떨어지더라도 사회적 연결 자체는 이어가자는 취지의 퍼포먼스로 조회 수 140만 건을 넘기며 화제를 모았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가 디지털 미디어 활용에 친숙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온택트 사회문화 격변에도 이들이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각 기업은 이들 세대를 잡을 수 있는 이벤트들을 기획하면서 보다 편리한 온택트 시스템을 정비해가고 있다. 온택트 마케팅, 재택근무, 화상회의, 비대면 학습, 화상 면접 등이다.
온택트 관련 사업이 글로벌 메가트렌드가 된다. 온라인 기반 플랫폼 기업과 디지털 데이터 관련 기업, 인프라를 담당하는 반도체나 통신 기업 등이 각광받을 것이다. 각 개인이 집에서 편리하게 쇼핑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구축하는 기업들도 수혜자가 된다. 집에서 요리해먹는 ‘홈쿡’, 집에서 술 먹는 ‘홈술’, 집에서 운동하는 ‘홈트’, 집에서 일하는 ‘홈오피스’ 등으로 관련 용품 매출도 증가한다. 집에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게 하는 넷플릭스 등도 각광받는다. ‘홈코노미’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렇게 비접촉 연결이 확대되면 디지털 온라인의 영역이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 삶의 모든 영역이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초연결사회’의 형성, 그게 바로 4차 산업혁명의 한 풍경이다.
그런 변화 속에서 피해를 보는 부문이 속출한다. 모든 것이 온택트 중심으로 재편되면 몇몇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공룡이 되는 반면 상당수 개인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워킹푸어가 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의 예견됐던 결과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 로봇과 인공지능까지 대두한다.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서구에서 시작된 것이 ‘기본소득’ 논의다. 격변엔 언제나 피해자들이 나타나는 법이다. 그런 피해를 방치하면 사회 안정성이 무너지기 때문에 대책이 절실하다. 디지털 산업 지원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면서 동시에 그 피해에 대해서도 준비해야 하는 2중의 과제가 주어졌다.
글/하재근 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