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성 장군 출신의 황당한 충성심
‘저주의 굿판’ 언제 걷을 생각인가
박삼득 보훈처장, 대한민국 군 장성 출신이다. 별을 세 개나 달았었다. 육군 제5보병사단장, 육군본부 개혁실장, 국방대학교 총장을 거쳐 제2작전사령부 부사령관을 지낸 후 예편했다. 문재인 후보 부산 선대위에서 안보특위 위원장으로 활동했고 이후 전쟁기념사업회 회장 겸 전쟁기념관장을 지낸 후 작년 8월 9일 국가보훈처장으로 임명됐다.
3성 장군 출신의 황당한 충성심
이쯤 되는 경력이라면 국가관은 제대로 서 있을 사람이다. 대한민국이 어떤 인물들에 의해 어떻게 건국됐고, 6‧25 동란이 어떠한 성격의 전쟁이었는지에 대한 이해도 누구보다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경력의 소유자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보훈처가 어느 나라의 무엇을 위한 기관인지도 잘 알고 있을 터이다.
보훈처가 19일 이승만 초대 대통령 서거 55주기 추모식을 거행한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정권의 보훈처가 이날을 그냥 지나가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를 하게 된다. 그럴 만큼 대통령부터 정권의 실세라는 사람들의 역사인식이 뒤틀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 처장은 추모사를 하면서 이 전 대통령을 ‘박사’라고만 호칭했다고 한다. 미루어 짐작컨대 가능하다면 추모식도 건너뛰고 싶었을 같다. 마지못해 가진 행사라는 것을 어느 부분에선가는 표를 내야 하겠다고 용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이 전 대통령에게서 ‘대통령’이란 직함을 공식적 공개적으로 몰수해서 누구에겐가 성의를 보이려 한 것 아닐까?
조선일보 보도인데 ‘임시정부 대통령 출신’이라고 해 놓고서는 계속 ‘박사’로만 불렀다고 한다. 박 처장이 불러주지 않아도 이 전 대통령은 한성정부 집정관 총재였고 상해임시정부 국무총리, (통합)상해임시정부 대통령이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초대 국회의장에 이어 초대 대통령을 지냈다. 그가 대한민국의 헌법을 공포했고 대한민국의 건국을 내외에 선포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전) 대통령이라고 부르기 싫었을까? 군 장성을 지낸 사람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한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다만 문 정권에서 요직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충성심을 표하고 싶었을 수는 있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이 정권의 실세들이 가진 역사인식에 부응하겠다는 나름의 충정이었다고 본다. 아닌가? 정말 박 처장도 1948년 건국된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있는 건가?
‘저주의 굿판’ 언제 걷을 생각인가
문 대통령은 재작년까지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을 강조하더니 정작 작년부터는 3‧1절 100주년만 내세웠다. 아마도 북한 김정은 집단이 강하게 불쾌감을 표했을 듯하다. 건국 100주년이라고 해 버리면 북한 김씨 왕조가 정부를 참칭하는 반국가단체라는 것을 재확인하는 셈이 되고 마니까? 문 대통령으로서는 아차 했겠지만 이미 주장한 것을 부인할 수도 없고 해서 아예 잊어버린 양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여전히 문 대통령은 이승만에 의해 주도된 대한민국 건국을 수용하려 하지 않는다. 이른바 친문세력을 포함한 범 좌파는 끈질기게 대한민국의 위상과 정통성을 뒤흔들어왔다. 그 바람에 건국시기가 공중에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그들에게 한국은 존재는 하는데 언제 생겼는지는 모르는 나라가 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제 국호조차 대한민국으로 부르는 걸 부담스러워 하는 빛이다. 그래서 재작년 9월 평양 5‧1경기장에서 연설을 할 때 ‘남쪽 대통령’으로 자신을 소개했던 게 아닐까? 남쪽 대통령이 있으면 북쪽 대통령도 있다. 그러면 그 위에 연방공화국이 있어야 논리적으로 아귀가 맞는다. 이미 그의 인식 속에는 ‘한반도연방’ 혹은 ‘고려연방’이 성립돼 있을 법도 하다.
이런 정부 아래서 보훈처장을 하려니까 국가관이고 뭐고 다 팽개쳐 버릴 수밖에 없을 터이다. 그래서 나름대로는 요령을 피워 표현한 것 같은데 3성 장군 출신으로서 너무 조잔하다. 잔꾀가 많아지면 실수도 잦아지게 마련이다. 보훈처가 지난달엔 6‧25 포스터에 나치 독일군 철모 사진을 넣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경박의 소치였는지 대한민국을 희롱하려 했는지 기가 막힐 일이었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의 리더들과 그 유력자들, 그리고 이들을 싸고 있는 좌파세력들에게 간곡히 말하고 싶다. 나라를 들어 장난치면 안 된다. 왜 한사코 배 밑바닥에 구멍을 뚫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침몰하면 우파만 빠지는 게 아니다. 국가의 정통성‧정당성에 대해 그렇게 부정적인 사람들이 이 땅에서 주인 행세를 하며 사는 모습은 기괴하기까지 하다. 그 중에서도 더 어이없는 것은 이 나라를 이끄는 대통령과 그의 각료‧참모‧부하들의 ‘대한민국 부정’이다. 얼마나 더 이 ‘저주의 굿판’을 이어 갈 것인가?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