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의 기준 변화…편안하고 즐거운 운동에 주목
"여전히 여성의 몸은 '품평'의 대상, 인식 바뀌어야"
30대 학원강사인 유혜림 씨(가명)는 일주일에 두 번씩 필라테스 강습을 받는다. 20대 때부터 다이어트를 입에 달던 유씨는 "이제는 숫자에 집착하지 않는다"며 "스트레스 받으며 과하게 살을 빼기보다는 건강하고 즐겁게 운동하려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30대 여성 직장인 김유란 씨(가명)는 "10년 전만 해도 살이 조금만 붙으면 밥을 굶고 다이어트를 하고 중단했다 먹고 하는 처절한 과정을 반복했다"며 "지금은 그때보다 살이 쪘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다. '날씬하지 않아도 내 몸은 괜찮아'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동도 '살을 빼기' 위해 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아이돌 가수의 마른 몸매를 선망하며 다이어트를 하던 여성들이 달라지고 있다. 다이어트 강박에서 벗어나 '편안하고 즐거운 운동'에 주목하고 있다. 외모, 몸매가 아니라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거다.
15년 경력의 필라테스 강사 박재진(가명) 씨는 "미의 기준이 바뀌면서 무조건 마른 몸매를 위한 운동보다는 건강한 몸매를 위해 운동을 하는 회원들이 많다"며 "건강한 삶을 위해 근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몸매에 대한 관심은 변함없고 여전히 살을 빼고 싶은 사람들은 넘쳐난다. 특히 여성 회원들이 남성들보다 몸매에 대해 더 신경 쓰는 건 사실"이라고 짚었다.
몸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전보다 달라졌지만 여전히 여성의 몸은 ‘품평’의 대상이 된다. 미디어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여성 연예인들은 자신의 직업보다 몸매 변화에 대해 더 높은 관심을 받기도 한다.
'헬스걸'에 출연했던 권미진은 "다이어트는 평생의 숙제라는 걸 실감한다"며 "예전보다 몸무게에 집착하지 않지만, 사람들이 살쪘다고 뭐라고 하면 신경 쓰이는 건 사실"이라며 "여전히 '여성은 날씬해야 한다'는 인식은 남아 있다"고 고백했다.
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 미디어팀 팀장은 "여성의 몸을 바라보는 시각이 ‘날씬하기만 하면 된다’라는 생각에서 이제는 ‘날씬하면서 근육도 있어야 한다’ 등 조금 더 구체적인 기준이 생긴 것 같다"며 “미의 기준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베이글녀' 등 시대에 따라 선호하는 여성의 몸은 미디어에서 만든 측면이 있다"며 "어떤 특정한 기준이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거나 아름다움을 나타내선 안 된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통한 사람이 주인공으로 나선 드라마는 거의 볼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프로그램 제작자들도 비만인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