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이 후보 만들고 국민신뢰 구하는 것이 민주주의 시스템의 선거
미래통합당 지도부, 참신한 서울시장후보 세우기 위한 노력에 집중해야
실질적 경쟁력 만들어 주어야…승리면 ‘대박’ 실패라도 ‘집권 가능성’ 희망
최근 발표된 ‘대권주자 지지율’ 조사는 통합당의 참담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조사에서 1, 2등 주자는 여권인물로, 각각 지지율 20~30%를 차지하고 있었다. 반면, 야권 1등 주자는 전체 3위로, 지지율도 10%선에 만족해야 했다. 게다가 그 주자는 당내 인물도, 범야 정치권인사도 아닌 현직 검찰총장인 윤석열이다. 그는 ‘박근혜 정부 적폐청산’ 수사의 선봉장이던 인물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야권에게 ‘저승사자’였다.
윤 총장은 초기에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으나 여론조사기관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윤 총장을 빼면 여론조사 자체가 공정성을 잃기 때문이다. 나아가 여론조사 성립 자체도 불가능해 보인다. 문재인 정권 임기 후반에 국민의 관심은 차기정권으로 달려가고 있는데, 여론조사기관 입장에서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은 차기 대선조사를 위한 자료축적용으로라도 여론조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조사를 해 놓고 발표를 안 할 수도 없다. 정말 난감한 상황이다.
여론조사기관도 딱하지만, 정말 딱한 것은 보수진영 야당이다. 윤 총장을 빼면, 대권주자로 거론할 사람이 없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막연한 기준을 말하며 이목을 끌기도 했지만, 논란만 키웠고 현실가능성은 찾기 힘들었다. 급기야 김종인 위원장이 관훈클럽에 나와 ‘대통령 후보는 국민의 여론이 만드는 것이지 제가 만드는 일이 아닌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미래통합당이 정상적인 정당이 아님’을 선언한 것이다. 후보를 만들어 내놓고 국민의 신뢰는 구하는 것이 민주주의 시스템의 선거인데, ‘대선’이라는 가장 중요한 선거의 후보를 여론이 만들어야 한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미래통합당 관계자가 술자리에서는 공공연히 자조석인 자평을 한다. 지금 미래통합당은 ‘불임정당(不姙政黨)’이 돼가고 있다. 아니 이미 불임정당이다. 그런데 당의 지도부와 의원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불임이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번거롭게 왜 애를 낳는냐. 남의 자식 데려오면 되지’라고 항변하는 것 같다. 향후 가장도 입양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현실에서 노력하지 않고 좋은 인재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민간기업도 그럴진대 국가는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국가에서 엄청난 보조금까지 주어가며 정당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은 그 사회에 엄청나게 영향을 끼친다. 그냥 ‘모범’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사회의 지향을 제시하고, 국민들의 뜻을 모아내고, 잘못된 길에 들지 않도록 경계하는 역할이다. 이 모두 그 공동체의 생존을 위한 핵심적 역할이다. 그런 인재는 사기업이나 민간영역에서 키워지지 않는다. 민간영역에서 능력이 입증됐다 해도 공공영역에 맞는지 확인하고 최적화하는 것이 정당의 역할이다. 그런데 그런 역할을 하지도 않고 결실만 얻겠다고 하면 그야말로 ‘도둑놈 심보’ 아닌가?
그런 ‘도둑놈 심보’는 처음이 아니다. 최근엔 박근혜 정부 탄핵 이후 당을 쪼개고 나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옹립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정치를 잘 모르는 명망가를 앞세워 기득권을 유지해 보겠다는 심보였을 것이다. 반기문 총장이 중도 포기한 이후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정권을 잃어 야당이 됐고 인물난은 더욱 심해졌다. 그런 때 당이 스스로 쇄신하고 새로운 인물을 길러냈어야 했다. ‘경쟁의 장’을 만들어 국민에게 희망을 주어야 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누구도 하지 않았다. 여론지지가 높게 나오는 전직 관료를 모셔다 총선 사령탑에 앉혔다. 일단 그를 대표를 모셔왔지만, 총선공천에 위협을 느낀 기존 정치세력은 다시 그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는 그런 ‘아수라장’ 같은 정치 환경에서 버틸 강단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지 못했다. 상황을 감당치 못하고 주어진 리더십을 내려놓은 아마추어 리더는 결국 실패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예기치 못한 ‘총선 참패’였다.
그런 실패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반기문 총장을 대선주자로 옹립하려 했고, 최근 총선에서 황교안 대표를 소진시켜 버린 세력이 윤석열 총장에게 접근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처음에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이름을 빼 달라’고 하던 윤 총장이 이후 아무소리도 안하는 것이 그 증거라고 한다. 만약 사실이라면 정말 참담한 일이다. 자존심 뿐 아니라 잠재적 자원 마저 소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난맥상은 미래통합당의 현 비상지도부만의 책임이 아니다. 현 지도부를 삼고초려 끝에 모셔온 당이 문제다. 당헌까지 고쳐가며 무리해서 모셔온 이유가 뭔가?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미래의 리더십을 희생시킨 것이다. 건전한 ‘리더십 경쟁의 장’을 봉쇄한 것이다. 그러면서 ‘새로운 용어, 뻔한 아이디어’만 만발한다. ‘슈스케 방식’과 ‘미스트롯 방식’의 차이가 뭔가? 원래 계획 되어있던 ‘8월 전대’를 시행했어야 대표성 있는 합법적인 리더십을 세울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의 결정에 연연할 상황이 아니다.
내년 4월이면 건곤일척의 대회전이 기다리고 있다. 야당이 기사회생할 절호의 기회가 제공된 것이다. ‘소통령’이라 불리는 서울시장 뿐 아니라 이에 준하는 광역자치단체장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부동산문제’ 등으로 민심은 여권에 흉흉하다. 문제는 여권에서 이반된 민심을 야당이 담아낼 수 있겠느냐다. 여기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만약 내년 재·보궐선거에서도 패배하면 야당에겐 ‘진정한 겨울’이 온다. 지금까지의 고난은 비할 수 없다. 십중팔구 대선희망도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통합당은 미뤄왔던 해산에 이르고,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이름만 바꾸는 ‘눈 가리고 아웅식’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인고(忍苦)의 임신 과정을 거쳐야 옥동자를 얻을 수 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미래통합당 지도부는 참신한 서울시장후보를 세우기 위한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 ‘그 밥에 그 나물’ 가지고는 필패할 것이다. 그러면 그 후보들도 ‘정치적 확인사살’을 당하고 말 것이다. 참신한 후보는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그냥 뚝 떨어지지 않는다. 당이 정성을 들여 발굴하고 키워야만 한다. 기회를 주어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말로만 ‘청년’, ‘신인’을 말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경쟁력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래서 승리할 수만 있다면 ‘대박’이고, 실패하더라도 국민에게 ‘집권 가능성’이라는 작은 희망을 줄 수 있다. 현재와 같은 비상시국에 지도부가 그 이상 이룰 수 있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글/김우석 정치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