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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음악방송 '직캠'이 불편했던 가요계, '수익 배분' 해결할까


입력 2020.08.11 14:03 수정 2020.08.11 14:06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직캠 유튜브 수익 고스란히 방송사 몫으로 돌아가

가요계, 공정위에 표준계약서 제정 요청

방탄소년단 뷔ⓒM2

방송사 음악프로그램이 낮은 시청률과 화제성으로 힘을 잃고 있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나왔다. 그런데 이런 음악프로그램 영상을 활용한 방송사 ‘직캠’(직접 찍은 영상)은 오히려 대중적 영향력이 강력해지고 있다. 오죽하면 “우리 가수 인기가 올라가겠구나” 정도로 바라보던 가요계가 수익 배분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결국 공정거래위원회까지 개입하게 됐다.


방송사 직캠은 무대용이 아닌 다양한 각도에서 영상을 촬영한 후 따로 편집해,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 올려 재판매한다. 인기 아이돌그룹의 직캠은 적게는 10만 뷰 정도가 나오지만, 방탄소년단(BTS)의 경우에는 1억 뷰가 넘기도 한다. ‘잘 찍은 직캠 하나가 열 방송 안 부럽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다보니 방송사가 직캠에 들이는 정성(?)도 나날이 늘어났다. 그룹 캠은 물론이고 지미집 직캠, 얼굴만 찍는 페이스 직캠, 인기 많은 멤버들 위주로 올라가는 입덕직캠, 1위 한 가수들을 볼 수 있는 앙코르 직캠, 방송되지 않은 비하인드 직캠 등 한 가수가 음악 방송 한 회 출연 할 때마다 직캠은 여러 각도로 쏟아진다.


그리고 그 동안 방송사는 이를 이용한 광고나 채널 뷰에 따른 수익을 나누지 않고 모두 취해왔다. 방송국마다 유튜브와의 계약조건이 달라 정확하게 직캠 영상들이 얼마나 수익을 가져가는 진 알 수 없지만, 광고를 제외한 크리에이티브들의 조회수에 따른 수익구조로 추측해 본다면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처음에는 지켜만 보던 가요계가 움직였다. 지난달 한국음악콘텐츠협회, 한국매니지먼트연합, 한국연예제작자협회 등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아티스트의 영상을 연예 기획사와 분배하자는 내용의 '대중문화예술인(가수) 출연 영상물 이용에 관한 표준계약서' 제정을 요청했다. 공정위도 방송사의 이런 관행에 문제를 인식하고 방송사-연예 기획사 간 표준 계약서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한 소속사 관계자는 “음악방송은 네이버TV에 업로드한 후 유튜브에 올린다. 그러나 직캠은 유튜브에 바로 업로드할 수 있다. 업로드가 빠를수록 시청수가 누적되고 수익으로 연결된다. 편법이다. 음악방송의 직캠이 인기가 좋지만 우리가 사용할 수 없어서 답답했다. ‘너희는 홍보되니 좋지’라는 태도를 보이면, 방송사를 상대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냐”라고 말했다.


또 한 연예소속사 대표는 “방송출연 개념만 있던 시대에서 바뀌지 않은 거 같다. 방송국의 말대로 우리는 음악방송만 한다고 생각하고 출연료만 받고 있는 건데 2차 저작물로 수익을 내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이 이번에 제정된다. 방송국이 아닌 행사에서 똑같이 공연을 하면 2차 저작물에 대한 별도의 합의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가수들의 음악방송 출연료는 출연계약서 없이 7~20만원 선이다. 소속사 측은 방송사의 말대로 음악방송에만 의미를 두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품이 들어도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방송출연만 할 경우다. 가요계가 공정위에 표준계약서 제정을 요청한 이유다.


한국음악콘텐츠 협회 정책법률연구소 김현숙 소장은 "아티스트들은 방송국에서 허락하지 않는 이상 방송 영상물을 사용할 수가 없다. 매니지먼트나 본인 아티스트들의 채널에도 올리고 싶지만 방송국에서 허락을 안 한다. 직캠 뿐만 아니라 방송되지 않는 미방영 영상을 편집해 통신사에 팔아 수익을 내기도 한다"고 그 동안 저작권 의식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방송국을 지적했다. 이어 "사실 이걸 매니지먼트가 단체로 소송하면, 이길 수밖에 없다. 방송하도록 허락한 적 없는 걸 전송하고 있기에 충분히 문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방송국 상대로 소송을 걸 수 없지 않나. 협상을 하고 싶었는데 그 동안 방송국이 응해주질 않았다"고 설명했다.


방송사들의 반응은 공식적으로 나오진 않았다. 그동안 취해왔던 수익인데, 이제 기획사들과 배분해야 하는 상황에서 ‘얼마만큼’ ‘어떻게’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긍정적인 반응도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잘못된 관행은 고쳐나가면 된다. 케이팝의 위상은 날로 높아져가고 있는데 시스템 역시 따라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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