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가수로서 역량을 보여주려 내건 싱어송라이터라는 타이틀은 사실 ‘확인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음악 방송이나 콘서트 무대에서 직접 뭔가를 보여주기 전까진, 앨범 크레딧에 실린 내용만으로는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 가요계 공공연한 이야기다.
실제로 홀로 모든 작업을 한 아이돌 가수도 있지만, 공동작곡 형식으로 참여한 이들도 있다. 또 몇 마디 슬쩍 걸치고 이름만 올린 이들도 있다.
문제는 홀로 작업을 한 이들을 제외하고, 다른 작곡가와 같이 했다는 이들의 실제 곡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했다 안했다’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참여 기준도 모호하고, 관계자라 하더라도 작업실, 녹음실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속속들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가수들과 같이 작업한 작곡가, 매니저들만이 참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한 곡이 나오기까지 콘셉트부터 무대, 트랙과 멜로디, 악기, 편곡까지 의견을 나누고 함께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아이돌 가수와 작업한 작곡가들의 평가나 속내도 다양하다. 신뢰가 떨어진 이들도 있지만, 같이 작업하면서 ‘짜릿함’을 느낀 이들도 있다.
한 작곡가는 “싱어송라이터라고 하는 가수들에게 집에 작업실이 있냐고 한 번 되물으면 답이 나온다. 악기 하나 제대로 못 다루는 사람도 있다. 물론 악기나 악보를 못 봐도 작업하는 친구는 있다. 하지만 드물다. B1A4 진영이 특출 난 거다. 작곡가 작업실에 와서 멜로디 흥얼거리고, 피아노 몇 번 치거나, 작곡가가 만든 곡에 의견을 첨언만 하는 경우가 있다. 고생해서 만든 곡의 공을 다 가져가니 속상할 때가 있다. 인터뷰 할 때 곡의 의도를 다르게 설명하는 멤버도 봤다”고 털어놨다.
반면 아이돌 그룹과의 작업을 반기는 작곡가들도 있었다. 본인의 노래와 무대에 올릴 노래를 만들다보니, 작곡가가 바라보지 못하는 센스와 시각을 가지고 있음을 칭찬했다. 또 그들을 끌어가기 위해 스스로 공부도 하게 된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한 작곡가는 “요즘 싱어송라이터들은 능력이 뛰어나다. 곡만 쓰는 사람에게 나올 수 없는 무대를 보는 그림과 해석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센스가 부럽다. 악동뮤지션은 프로듀싱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지 않나. 이런 걸 발견할 때마다 짜릿하다”고 말했다.
프로듀싱 겸 작곡가 SWEETCH는 “요즘에는 음악적으로 뛰어난 친구들이 많다. 같이 작업하다 놀랄 때가 많다. 아예 연습생으로 시작 할 때부터 음악에 관심있는 친구들은 작곡가를 붙여줘 함께 작업해 성장할 수 있도록 훈련시킨다. 나는 운 좋게도 열심히 하는 친구들과의 작업이 대부분이었다”고 함께 작업한 아이돌 멤버들을 칭찬했다.
물론 아이돌 가수와 협업을 다르게 경험한 사례도 있다. 자신의 곡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통로로서 협업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해당 아이돌 가수가 누구냐에 따라 온전히 자신의 뜻을 관철 시킬 여지가 생긴다.
한 작곡가는 “인기있는 가수들과 작업하면 앨범에 곡을 넣기 수월하다. 작곡가들은 한 곡을 팔기까지 많은 노력과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아이돌 멤버와 함께 작업했다면 대형 기획사를 제외하고는 무리 없이 통과된다. 그렇게 작업해서 함께 동고동락하며 곡이 나온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내 경우에는 흔치 않았다. 내 의견보다 가수의 의견이 중요해지는 케이스가 대다수다. 참여도와는 다른 문제다. 곡을 다 만들어놨는데 가수가 ‘이 부분은 이런게 어때요?’, ‘여기선 이거 넣을게요’ 하면 그 한마디로 참여가 되는 것이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곡을 수정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