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반도 정책,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일맥상통"
주중대사 "韓中, 지리적으로 가깝고 마음도 같이 있어"
주미대사와는 한미워킹그룹 두고 '신경전' 벌여
한미워킹그룹 '조정'을 주장하며 미국과 입장차를 확인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위한 중국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만나 한국 대북정책과 중국 한반도 정책의 '유사성'을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장관은 중국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안정 △대화·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3개의 기본 원칙 하에서 한반도 문제에 접근해왔다며 "이는 우리 정부가 가지고 있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정책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중국 정부가 남북미·북미 대화를 지지하는 한편,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건설적인 역할과 협력 의지를 계속해서 강조해왔다"며 "새로운 진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중국이 계속해서 건설적인 협력을 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장관은 "남북과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이 있는 만큼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공동의 협력과 해결 의지가 필요하다"며 "공중보건과 의료 분야 등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공동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싱 대사는 "중국과 한반도의 산과 물이 맞닿아있다"면서 "우호의 정도 가깝다.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만 아니라 마음도 같이 있다"고 화답했다.
그는 "한반도의 대화·평화·비핵화, 나아가 번영·발전, 최종적으로 평화통일을 시행할 것을 확고부동하게 지지한다"며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남북 화해와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만 하고, 될 수만 있으면 같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싱 대사는 "조금 유감스럽게도 작년부터 (한)반도 정세가 경색됐다"며 이해관계국들이 타개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싱 대사는 "남북관계가 가장 중요하지만 북미관계도 개선하면서 두개의 쌍두마차처럼, 두개의 바퀴처럼 같이 끌고 가면 한반도 정세는 좋은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한다"며 "중국은 옆에서 돕겠다. 우리는 밀고 끌어당기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인영 "한미워킹그룹 재조정하자"
주미대사 "한미워킹그룹은 효율적 메커니즘"
중국대사와 '공감대'를 이룬 이 장관은 전날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를 만난 자리에선 한미워킹그룹 조정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며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이 장관은 "한미워킹그룹에서 논의할 것과 우리 스스로가 할 것을 구분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는 점을 수차례 말해 왔다"며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정책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한미워킹그룹을) 재조정하자"고 말했다.
한미워킹그룹은 북한 비핵화와 대북 제재, 남북 협력사업 등을 수시 조율하는 한미 협의체로 지난 2018년 11월 20일 공식 출범했다. 이 장관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은 한미워킹그룹이 대북제재 저촉 가능성을 이유로 금강산 관광 등 남북 협력사업에 지나치게 간섭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해리스 대사는 "한미워킹그룹은 효율적인 메커니즘"이라며 "한국의 가장 가까운 우방이자 동맹국으로써 미국은 남북협력과 그 추진 방안을 워킹그룹을 통해 찾는 것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반도의 지속적 평화와 북한과의 관계 변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등을 함께 추구한다"고 덧붙였다.
각 분야별 대북제재 담당부서인 미 의회·재무부·상무부 등과 별개로 진행해야 할 협의를 한미워킹그룹이라는 하나의 채널을 통해 '원스톱'으로 논의할 수 있는 만큼, 효율적인 양국 소통을 위해 기존 운영방식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美 국무부 "남북협력 등 韓과 조율"
"워킹그룹, 韓에 '현실' 알려주는 것"
한편 미 국무부는 이인영 장관의 한미워킹그룹 조정 발언과 관련해 "미국과 한국은 외교적 노력, 대북 제재 이행과 실행, 남북 협력에 대해 정기적으로 조율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장관 발언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워킹그룹 운영 취지를 재확인하며 역할 조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미국 내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 요구대로 한미워킹그룹이 운영될 경우 양국 공조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워킹그룹은 한국 통일부가 아닌 외교부와 미국 국무부 간 양자 협의체"라며 "실무그룹이 남북관계를 제약한다는 이 장관의 발언은 완전히 잘못된 인식으로 한미동맹에 손상을 주고 마찰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미국이 워킹그룹을 통해 한국 대북정책의 제재 위반 가능성을 상기시키는 것은 남북관계를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현실(reality)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북한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한미 간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는 만큼 워킹그룹을 통한 조율이 필요하다며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확대하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대화·교역 확대를 추구하는 것은 문제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