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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 "함께 협의"…의료계에 퇴로 열어주었나


입력 2020.09.01 04:00 수정 2020.09.01 05:16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실력 행사 단호히 대응" → "대승적 결단 기대"

전공의 불신에 직접 협상 보증…현장 복귀 유도

문재인 대통령이 8월 31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8월 31일 "앞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된 후 의료계가 제기하는 문제들까지 의료계와 함께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사 파업'을 향한 문 대통령의 발언 수위가 다소 낮아진 모습이다. 정가에서는 문 대통령이 의료계에 파업을 거둘 명분과 퇴로를 열어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엄중한 국면에 의료계가 집단적인 진료 거부를 중단하지 않아 대단히 유감"이라며 "지금처럼 국민에게 의사가 필요한 때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코로나 상황이 급박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시간이 많지 않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법을 집행해야 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선택지가 많지도 않다"며 불법적 요소에 대한 법집행을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의료계가 주장하는 문제까지 협상테이블에 놓고 폭넓게 대화할 것을 제안했다. 단 그 시기는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된 후로 한정했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된 위중한 상황인 만큼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데 우선순위를 두고 유연하게 논의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의사가 있어야 할 곳은 환자 곁이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 번째로 생각하겠노라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발언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이러한 기조는 문 대통령의 그간 톤과는 사뭇 다르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일주일 전만해도 같은 자리에서 "국민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휴진, 휴업 등의 위법한 집단적 실력 행사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교회 지도자 초청 간담회에서도 의료계의 집단행동을 '전장에서 군인이 이탈한 것' '소방관이 화재 앞에서 파업하는 것'으로 규명하며 비판 수위를 높인 바 있다.


그러나 이날 문 대통령이 '톤 다운'을 하고 직접 '협상 보증'에 나선 건 정부를 불신하는 전공의들의 의료 현장 복귀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정부의 의료계 대응 수위가 유연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 문 대통령의 언급 직후 정부가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일주일 연기하고, 정세균 국무총리가 의료계 원로를 비공개로 만났다. 이렇게 정부가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의료계와의 강대강 충돌을 피했다.


문 대통령이 보다 전향적인 태도로 의료계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 만큼, 정부와 의료계의 협상이 새 국면에 들어섰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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