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M&A로 기대감 높였지만 코로나19로 급변
업황 악화로 HDC현산·제주항공 잇따른 인수 철회
산업 재편 기대감 약화…항공사 줄도산 우려도
이스타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업황 악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 ‘노딜’로 귀결됐다.
지난해 연이어 이뤄진 M&A를 통해 새로운 비상을 꿈꿨던 국내 항공업계도 산업 재편은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생존의 위기에 직면하게 돼 각자도생을 모색해야 할 처지다.
금호산업은 11일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아시아나항공 M&A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 체제로 전환되면서 향후 재매각을 위한 고강도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에 돌입하게 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7월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M&A가 무산된데 이어 아시아나항공도 새드엔딩을 맞은 것이다. 이에 지난해 구상했던 항공산업 재편을 통한 경쟁력 강화는 뒤에 미뤄졌고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통한 생존 모색에 더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이스타 이어 아시아나까지...지난해 빅딜 모두 노딜로 귀결
지난해 말 주식매매계약(SPA) 계약을 체결할때만 해도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는 확고했다. 주택사업에 의존했던 사업구조 다각화는 물론 기존 호텔·레저·면세점 사업과 연계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올 들어 코로나19 광풍으로 항공산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상황이 180도 반전됐다. 항공기 운항이 차질을 빚으면서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가 더욱 악화됐고 항공업황의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인수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이는 HDC현산의 인수 구상에도 차질을 빚게 했고 결국 인수 무산으로 귀결됐다.
지난해 말 깜짝 발표됐던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M&A도 같은 길을 걸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이스타항공이 지난 3월부터 전 국제선·국내선 노선 운항을 중단하는 셧다운 조치를 취하면서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매출이 발생하지 못하면서 회사가 지난 2월부터 5개월간 임직원에게 월급도 주지 못해 250억원 가량의 체불임금이 누적됐고 악화된 피인수자의 상황은 인수자가 마음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이에 이스타항공은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오너 일가의 보유지분 헌납 등을 발표했지만 한 번 바뀐 제주항공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는 없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의 갈등은 감정싸움으로 이어졌고 결국 인수 철회로 결론지어졌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재매각을 통한 활로 찾기에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지만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 물건너간 항공산업 재편...위기 극복 통한 생존에 총력
지난해 연이어 성사된 빅딜(대형거래)이 모두 노딜(거래무산)로 귀결되면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항공산업 재편은 물건너간 양상이다.
당장 인수가 무산된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 뿐만 아니라 모든 항공사들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통한 생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 실현이 특히 중요한 항공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이는 악순환의 고리가 될 수 있다. 항공업의 경우, 몸집을 키워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위기 극복의 좋은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상황이 너무 위중해 추진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현실적 장애물이 안타까울 수 밖에 없다.
일례로 저비용항공사(LCC) 시장의 경우, 코로나19 이전부터 공급 포화로 인한 우려가 많았고 이에 M&A 등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현재 LCC 시장은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이스타항공·플라이강원 등 7개사가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에어프레미아와 에어로케이 등도 시장 진출을 대기 중인 상황이다.
이는 우리(약 1003만 ha)보다 국토면적이 98배 넓은 미국(약 9억8315만 ha)과 동일한 수로 3배 넓은 일본(약 3779만 ha)보다도 하나가 더 많다. 미국과 국토면적이 비슷한 14억 인구의 중국(약 9억6000만 ha)이 6개로 우리의 3분의 2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은 수다.
업체들간 치열한 경쟁을 통해 자연스럽게 정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항공산업 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인위적인 구조조정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의 M&A가 잇달아 무산되면서 항공산업 재편은 잠시 접어둘수 밖에 없게 됐다. 각 항공사들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통한 생존에 전력하고 있는 터라 M&A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 재편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올해를 넘어 내년까지 지속될 경우, 장기 불황을 버텨내지 못하고 하나둘씩 쓰러지는 연쇄 도산이 현실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감지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 코로나19로 악화된 실적뿐만 아니라 언제 회복될지 알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항공사들을 더욱 괴롭게 하고 있다"며 "국내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 재편도 플레이어(업체)들이 있어야 가능한 것인데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