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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첫 수사지휘와 달리 바로 수용한 윤석열 '왜'


입력 2020.10.20 11:53 수정 2020.10.20 13:42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사기꾼 증언에 두 번이나 수사지휘권 발동"

1차 지휘권 발동 때와 달리 30분 만에 수용

고립무원 처지에 가족 관련 부담 작용한 듯

일각선 "수용과 별개로 입장 냈어야" 비판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즉각' 수용한 것을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와 주목된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라임 및 가족 관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즉각 수용한 배경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검찰청은 앞서 19일 수사지휘권이 발동되자 약 30분 만에 "총장은 더 이상 라임사건의 수사를 지휘할 수 없게 됐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 총장의 ‘고립무원’ 처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반응이다. 서정욱 변호사는 "추 장관의 인사로 대검찰청 내에 윤 총장의 측근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며 "이목이 다 가려져 있는 상황에서 윤 총장이 어찌할 도리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장모와 배우자 등 가족문제를 거론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서초동 사정에 밝은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청문회 당시 민주당에서도 문제 없다고 했던 사안이지만 윤 총장 개인 입장에서 가족이 거론될 때마다 부담을 느끼지 않았겠느냐"며 "해묵은 일에 왜 이제야 지휘권을 발동했느냐는 문제와는 별개로, 가족 등 수사에서 빠져야 한다는 원론적 주장에 반대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 '즉각' 수용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형성권'(권리자의 일방의사표시로 발생하는 권리)이어서 법적으로 거부할 수는 없어도, 행사에 대한 검찰의 입장을 정리하고 넘어가야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다.


무엇보다 추 장관이 앞서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검언유착 사건의 수사지휘권을 밀어붙였지만 정작 실체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윤 총장과 대검이 더욱 입장을 내놨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수사를 진행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초유의 검사 간 몸싸움까지 불사하며 강도 높은 수사를 했지만 한동훈 검사장의 '공모' 혐의를 밝혀내지 못하고, 채널A 기자만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더구나 '검언유착' 의혹 제보자인 지모 씨는 "한동훈이 수사를 받거나 최소한 먼저 증언을 해야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다"며 두 차례나 증인출석 요구을 거부하는 등 재판부와 검찰, 언론을 싸잡아 조롱 중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쪽에서 의인으로 내세우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사기전과가 있는 사람들"이라며 "라임펀드의 김봉현도 그렇고 한명숙 복권운동의 증인들도 그렇고 법무부장관 수사지휘권 발동 근거도 두 번 다 사기꾼의 증언이다. 재미있는 나라"라고 적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수사지휘는 법에 따른 법무부장관의 권한이니까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수사지휘권 행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것에 대한 검찰총장의 입장은 무엇인지 정확하게 밝혔어야 했다"며 "너무 성급하고 쉽게 지휘권을 수용했다는 점에서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서도 과거 정치부패 사건과 관련해 검사총장(우리의 검찰총장)이 수사지휘를 수용하면서 강한 입장을 밝혔고 여론이 움직여 내각이 붕괴됐던 전례가 있다"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지난번처럼 고검장 지검장 회의를 소집해 수사권지휘에 대한 검찰의 입장을 모아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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