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윤석열 검찰총장이 ‘큰 사회봉사’를 하려면


입력 2020.11.06 08:00 수정 2020.11.05 08:01        데스크 (desk@dailian.co.kr)

법관, 검찰, 고위관료 중 정치인 변신 ‘실패사례’ 많아

‘정치적 중립성’ 인식의 인기는 ‘정치적 반사이익’

윤석열, 대통령이 되려면 대통령과 맞서야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0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요즘 여론조사상 가장 뜨거운 인물이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대검찰청 국감은 윤석열 총장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질의에 대한 응답은 길었고 내용도 많았다. 답변태도는 거침이 없었고 기사거리는 넘쳐났다. 이후 대선후보 선호도 여론조사가 이어졌고 윤 총장이 명실공이 야권 대선주자 1위를 차지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에 이어, 여·야 통틀어 3위다. 1, 2위 주자는 이미 대선레이스를 벌이고 있는 기성 정치인이므로, 공식적으로는 이를 부인하는 윤 총장의 지지도는 기존의 주자에 비해 특별한 의미가 있다. 구체적인 수치로만 봐도 17% 전후의 지지도니, <문지방효과>에 의하면 대선주사로서 한 고비를 넘긴 느낌이다.


이제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도 대선후보로 윤 총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일각에서 본격적인 검토와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우선 비슷한 유형의 정치인을 찾아 비교해 본다.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를 통해 현실 가능성을 점치는 것이다.


법관, 검찰, 고위관료 중 정치인으로 변신한 경우는 적지 않다. 그러나 대권주자로서 성공한 인물은 거의 없다. 먼저 대표적인 <실패사례>는 △행정의 달인이라는 고건 전 총리와 △국제적 거물이었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다. 고 총리는 2007년 노무현정권 말기에 여당 대선주자로 거론됐다. 반 총장은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태 이후 대선주자로 활동했다. 두 번 다 대통령의 권위가 없거나 땅에 떨어지고 여권엔 마땅한 후계자가 없을 때였다. 그런데 이들에 의한 효과는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이었다. 요란한 것에 비해 너무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본격적으로 활동하기도 전에 중도사퇴를 한 것이다.


이는 당시 여권의 입장에서 대선구도를 허물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여권은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정권을 야당에 헌납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허무한 패배이후 어김없이 ‘관료의 한계’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관료는 직위·직책만 있으면 ‘예산’과 ‘인력’이 자동으로 제공된다. 하지만 정치는 정치인 스스로 돈과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경험이 없는 관료출신으로서는 완전히 생소한 환경에 당황해 어찌 할 바를 모르다가 포기하고 마는 것이다.


<성공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회창 총재다. 이회창 총재는 김영삼정부 시절 감사원장과 국무총리를 역임하면서, 대통령에 맞서 ‘할 말은 하는 대쪽’ 이미지를 국민에게 각인시켰다. 인기가 높아지자 1996년 총선에서 선대위의장으로 정계에 첫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1997년 대표가 되었고 이어 대선후보에까지 올랐다. 성공적인 고속성장이었다. 하지만 1997년 민자당 대표를 하면서 총재인 김영삼 대통령과 결별하고 대선에서 낙선했다. ‘아들 병역 문제’ 등 개인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김영삼 대통령이 힘을 모아줬다면 질 수 없는 게임이었다. 김 대통령은 상도동계를 동원해 이인재 후보를 출마시켰고, 표는 갈라졌다. 결국 이회창 후보는 대선에서 패배했다. 상황관리 등 정치력 부족이었다.


이 총재는 같은 해 6개월 만에 당 대표로 복귀했고 2000년 총선을 진두지휘했다. ‘개혁공천’으로 총선에 승리하며 대권주자로서 자신을 다시 증명했다. 물론 그 이후에 다시 소극적인 관료행태를 거듭하다가 다시 대선에서 실패했지만, 적어도 그가 지휘하던 한나라당은 국민들에게 집권여당보다 더 힘센 당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이 두 경우의 차이는 분명했다. ‘변신의 시간’이다. 관료에서 바로 정치인으로 이동하면 바뀐 환경에 맞게 자신의 행태를 변화시킬 시간이 부족하다. 이회창 총재는 국회의원이 되고 거의 1년 동안 평의원으로 국회와 당을 익혔다. 이후에도 ‘9룡’이라는 쟁쟁한 정치인들과 경쟁하며 정치인으로서 숙성의 시간을 갖았다. 그러나 고건 전 총리,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그리고 최근 황교안 전 총리까지 스스로를 숙성시킬 최소한의 시간도 없이 정치지도자로 정치에 입문했다. 그러니 행동패턴을 바꿀 짬도 없이,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내며 낙마하고 만 것이다.


윤석열 총장이 검찰총장 임기를 마치고 바로 대선레이스에 들어가면 비슷한 경우가 생길 가능성이 매우 크다. 게다가 그는 현 정부에서 적폐수사를 총괄하던 ‘친박의 원수’다. 지난 총선을 통해 거의 모든 친박 정치인이 축출되었다지만, 남아있는 당원과 지지자들의 몽니를 견디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하는 정치인으로서의 자세와 태도, 기초체력을 키울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


또 정치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파성’이다. 지지자를 육성하고 지지층을 구축하며, 이들의 활동을 부추겨 정치적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태도이자 기술이 필요하다. 지금 그가 각광을 받는 것은 ‘정치적 중립성’ 때문이다. 그는 어떤 정파에게도 굽히지 않고 불편부당하다는 인식을 심어줘 국민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즉 ‘정치적 반사이익’이다. 그런데 국민이 검찰총장에게 원하는 것과 대선후보에게 바라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대선후보급 정치인은 빛을 반사하는 달이 아닌, 스스로 빛을 발산하는 태양이 되어야 한다. 자신만의 색과 빛, 메시지와 이미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또 아무리 험한 상황에서도 믿고 따라주는 ‘팬덤’도 있어야 한다. ‘노사모’, ‘박사모’, ‘문팬’, ‘이재명팬클럽’처럼 말이다. 큰 정치인에게는 위기가 있기 마련이다. 맞바람이 없으면 날아오를 수 없는 비행체와 같은 운명이다. 이때 변함없이 지지해 주는 ‘연의 줄’과 같은 동지는 필수다. 지금 윤 총장에게는 ‘적의 적은 동지’ 이상의 지지자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맞바람을 타고 날아오르기는커녕, 들판에 고꾸라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는 지지자에게 충성하고 그들의 충성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런 일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누구와 싸우느냐’도 중요하다. 강한 상대와 싸우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다. 도전자가 큰 포부를 가지려면 강한 상대에게 도전해야 한다. 지금 윤 총장은 정치인 출신 법무부장관의 맞상대다. 추미애 장관이 국민밉상이 돼 있으니, 그와 상대하며 호응과 지지를 받는 것이다. 그러나 대선은 다르다. 더 큰 상대와 겨루어야 한다. 대통령이 되려면 대통령과 맞서야 한다. 이재명 지사가 그러하듯... 그러나 지금 윤 총장은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과 싸울 수 없다. 배은망덕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임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통령을 대신한 여권의 대표주자가 등장하면 그에 맞서야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국감스타로 여론조사가 오르는 것은 분명한 ‘착시현상’이다. 고건, 반기문 등이 그랬듯 말이다. 일부에서는 ‘추미애 장관과 좀 다른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금은 권력으로부터 검찰권을 지키기 위해 정치를 활용하되, 스스로 본격적으로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정치권력에 굴하지 않는 검찰총장으로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적 미래’가 있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사회봉사’를 하지 않더라도 검찰과 자신의 명예를 지킬 수 있다. 조급하지 말고 진득이 버티며 숙성의 시간을 갖길 바란다.


글/김우석 정치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