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나포는 "기술적 문제" 입장 고수
FT, 이란 정부 관계자 인용한 보도서
"한국에 모욕감 줄 필요 있었다"고 전해
이란이 최종건 외교부 1차관 면전에서 한국 내 이란 자금 동결과 관련한 불만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일(현지시각) 이란 외무부에 따르면,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외무차관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최 차관과 만나 "한국의 행동은 미국의 몸값 요구에 굴복한 것일 뿐"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한국에 동결된 약 70억달러(약 7조7000억원) 규모의 원유 결제 대금 문제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한 것이다.
아락치 차관은 "이란과 한국의 양자 관계 증진은 이 문제(원유 대금)가 해결된 뒤에야 의미 있다"며 "미국 제재를 두려워하는 한국 은행들이 불법적으로 자금 접근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의 이란 자금 동결은 잔혹한 미국의 대이란 제재 부과 때문이라기보다 한국의 정치적 의지가 부족했던 탓"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은 지난 4일 이란 혁명수비대가 한국 선박 '한국케미호'를 나포한 것과 관련해선 "기술적 문제"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아락치 차관은 선박 나포가 "단지 기술적 고려와 환경오염 재앙 때문"이라며 "이란 사법부가 이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사법부 판단 맡긴 상황이라 이란 정부 차원에서 달리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란 외교부는 아락치 차관이 "이 문제를 정치화하는 것을 피하고 헛된 선전과는 거리를 두며 법정에서 조용하게 법적 절차가 진행되도록 하자"고 한국 정부에 충고했다고 전했다.
한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보도에서 선박 나포 사건과 한국 내 동결 자금 문제의 '연관성'을 시사하는 이란 정부 관계자 발언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 정부 관계자는 원유 대금 동결과 관련해 "한국이 모욕당할 필요가 있었다"며 "한국 측이 단순히 '미안하다'고 답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깨달았을 것이다. 이제 그들은 우리를 찾아와 선박에 대해 협상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