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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달아오르는 공모주 청약·펀드시장…다시 고개 드는 과열 우려


입력 2021.01.25 05:00 수정 2021.01.22 14:51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엔비티, 4397대 1로 경쟁률 기록…한 달 간 공모주펀드에 1793억원 유입

공모가 고평가 논란에 과열 우려…"수요예측제도 개선해 적정가치 맞춰야"

공모주 청약·펀드 시장이 재차 과열되면서 고평가된 공모가로 인해 투자자들의 손실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픽사베이

공모 기업들이 역대급 경쟁률을 갈아치우면서 연초부터 기업공개(IPO)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공모주를 담은 펀드에도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되는 등 시장이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높은 인기로 인해 실제 기업가치 대비 공모가가 고평가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어 하락장이 나타나면 손실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이를 억제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으로 최근 1주일 간 국내 58개 공모주펀드에 941억원 규모의 투자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기간을 최근 1개월로 늘리면 1793억원 규모의 자금이 공모주펀드로 유입됐다.


공모주펀드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 건 공모주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고조되고 있어서다. 올해 처음으로 기업공개(IPO)를 진행한 엔비티는 지난 12~13일간 진행된 일반청약자 공모주 청약에서 4397.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코스피·코스닥을 합쳐 역대 최고 기록이다. 청약 증거금은 6조9518억원이 모였다.


지난 18~19일 간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 선진뷰티사이언스는 1987.7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이틀 동안 몰린 증거금 규모는 4조2000억원에 달한다. 42억2000만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는데 무려 10배가 넘는 자금이 모인 것이다. 20일 공모주 청약을 마무리한 모비릭스는 1485.5대 1의 최종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증거금은 3조7435억원이 몰렸다.


투자자들이 공모주에 주목하는 이유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청약 열풍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등이 따상(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뛴 뒤 상한가 마감)을 기록하면서 높은 수익률을 내자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데일리안

증권가에서는 올해 공모 규모가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9년 3조5000억원이던 총 공모액 규모는 지난해 4조7000억원까지 늘어났다. 올해에는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에프앤가이드는 공모금액이 7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 명단을 보면 오히려 8조원의 전망치는 보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면서도 "지난해에는 기술성 특례상장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신규상장 수익률이 공모가의 2~3 배를 상회했지만 최근 신규상장 기업들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안정화되는 추세에 접어든 만큼 올해에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공모주 과열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공모가가 너무 높게 설정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장 분위기가 과열돼 기관의 수요예측 정확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번 달 11일부터 15일까지 한 주 동안 기관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다섯 개 기업은 모두 10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핑거가 1453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고, 씨엔투스성진은 101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공모가가 3만20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중요한 건 기관은 수요예측에서 개인처럼 청약증거금을 넣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희망 가격으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써내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수요예측을 거친 70개 기업의 경우 56곳의 공모가가 상단 이상에서 책정됐다. 실제 기업가치 대비 공모가가 고평가됐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높은 공모가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면 실제 주가가 하락할 경우 손실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과열된 양상과 달리 수익률이 악화될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진행된 91개 공모주 중 19개 종목이 상장 첫 날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9월 코스닥에 상장한 원방테크와 비비씨는 각각 공모가인 5만4300원, 3만700원보다 낮은 4만8900원, 2만7650원의 시초가로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상장 첫날에만 각각 19.5%, 27.4%씩 떨어진 4만3700원, 2만23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올해 처음 상장한 엔비티는 첫날에만 3.95% 떨어진 가격에 거래를 마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모주 시장을 보면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이 증권사, 회계법인을 거쳐 합리적인 수준에서 밴드를 설정해도 기관들이 수요예측에서 가격을 끌어올려 놓으면서 공모가가 기업가치 대비 과대평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과열된 시장에 들어오는 개인들의 수요가 지속될 경우 공모가 대비 손실률이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수요예측제도와 초과배정옵션 등 제도 개선을 통해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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