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지층 38.6% "채상병 특검 불필요"
"한동훈안 찬성" 45.1%과는 6.5%p 차
당내선 "당원들 투표 판단 기준이 될 것"
일각선 "'제3자 추천'안 현실화 어려워"
국민의힘 내부에서 '제3자 채상병 특검 추천 방식'을 두고 이견이 나오고 있다. 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제안한 '대법원장·대한변호사협회 등 제3의 기관'이 특검을 추천하는 방식이 당원들에게서 공감을 사지 못하고 있어서다.
한 후보는 제3자 추천 방식을 공정한 결과를 담보할 수 있는 안이라고 보고 "더 많은 분이 제 진심을 알아줄 것"이라는 입장을 냈지만, 당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갸우뚱한 분위기다. 이에 전당대회에서 당심이 80%나 되는 만큼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한 당심 확보에 실패할 경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한 후보는 4일 인천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야당이 특검을 추천해야 한다'는 응답이 42.8%, '대법원장·대한변협 등 제3의 기관이 추천해야 한다'는 응답이 31.5%라는 본보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질문에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이) 공정한 결과를 담보할 수 있다는 것에 다들 동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기존 구도는 특검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밖에 없었는데 민주당이 정한 특검일지, 아니면 대법원장 추천 특검일지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며 "더 많은 분이 (제3자 추천 방식을 제안한) 제 진심을 알아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1~2일 100% 무선 ARS 방식으로 '채상병 특검'을 실시할 경우 특검 추천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게 좋은지 설문한 결과,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추천하는 방식 42.8%, 대법원장·대한변협 등 제3의 기관이 추천하는 방식 31.5%로 나타났다. "특검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19.0%였으며 "잘 모르겠다"는 6.7%였다.
문제는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의견이 엇갈려 나타났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지지한다는 응답자 중에서는 '한동훈안(案)' 찬성이 45.1%, '특검 불요(不要)' 찬성이 38.6%였으며, '민주당안' 찬성은 8.4%에 그쳤다. '한동훈안' 찬성 응답자와 특검 불요 찬성 응답자간 격차는 6.5%p에 불과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당 안팎에선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된 논의는 윤석열 대통령과 직결되는 '당정관계의 우려'로 번질 수 있단 걱정 섞인 시각이 나온다. 실제로 같은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운영 적극 지지층 중 55.0%는 '특검 불요' 의견을 냈다. '한동훈안'에 찬성한 적극 지지층은 34.7%였다.
당정 관계에 대한 우려는 한 후보의 아킬레스 건이다. 총선을 거치면서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의혹 등을 두고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한 후보는 최근 전당대회 정국에서 원희룡·윤상현 후보로부터 "윤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공격을 받고 있다.
심지어 윤 후보는 "한 전 위원장은 총선 패배 책임의 물타기를 하는 것"이라며 "(특검이 추진되면) 분명히 대통령을 공동정범으로 몰아갈 거다. 그렇게 되는 순간 민주당은 탄핵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고, 우리 108명이 이를 막을 수 있나"라고 반문하며 한 후보가 당선될 경우 당정관계의 어려움이 더해질 것이란 의견을 내기도 했다.
원 후보는 이날 SBS라디오에서 '한동훈안'을 언급하며 "우리는 금식(특검 거부)이 당론인데 자꾸 뭐 먹을지 메뉴 대안(한동훈안)을 내놓으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당론은 현 공수처 수사 후 특검"이라며 "절대 다수 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 결의한 당론과 대통령도 공수처 수사 후에 의혹이 남아 있으면 특검을 자청하겠다고 했는데 전면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안을 내놓는 것은 궤변"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한 후보가 당대표로 선출됐을 경우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안'이 현실화 될 수 있을 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최고위에서 아무리 주장해도 원내에서 받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특검법이 실제로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한 후보 입장에선 채상병 특검으로 일단 승부수는 던져놓은 것이고 이 주장을 밀고 가면서 추진이 되지 않는 잘못을 친윤들에게 뒤집어 씌우는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 이럴 경우 당내 갈등은 더 극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당대표 선출에 당심이 80%나 반영되는 만큼 한 후보의 당권 레이스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단 분석도 내놓고 있다.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한 김민전 의원은 전날 한 방송에서 "저는 (한동훈안에) 동의하지 않는다. '특검법에 대해서 어떻게 하겠다'고 하는 건 원내대표의 원내 전략에 해당된다 생각하기 때문에 당대표 후보의 공약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당원들은 그 후보의 발언조차도 어떤 표를 던질 것인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도 "당대표 선출에 당심이 80%나 반영된단 건 잊으면 안 된다"며 "한 후보의 당권 기류에는 큰 변화는 없어 보이지만, 제3자안을 계속 밀어붙일 경우 결선으로 갈 가능성이 점점 높아질 수 있단 얘기가 당원들 사이에서 나오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