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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대형 M&A-투자 현실화...총수 부재 우려는 여전


입력 2021.01.28 12:10 수정 2021.01.28 12:24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3년 내 M&A 추진 공식화...시설투자 확대도 속도 예상

하만 이후 5년째 끊긴 빅딜 유력...파운드리 투자도 관심

이재용 부회장 당부에도 총수 부재 불안 요인은 불가피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 앞에서 삼성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삼성전자가 향후 3년 내 대형 인수합병(M&A)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2016년 미국 전장부품회사 하만 인수 이후 명맥이 끊겼던 빅딜(Big Deal·대형 거래)이 다시 재개될지 주목된다.


반도체를 비롯한 대규모 투자 확대도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총수 부재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M&A와 투자가 원활히 이뤄질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CFO·사장)은 28일 오전 4분기 실적 발표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보유한 재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략적으로 시설투자를 확대하고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3년 동안 지속적으로 M&A 대상을 매우 신중히 검토해왔으며 이에 따라 많은 준비가 된 상태"라며 "현재 대내외 불확실 상황으로 실행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지금까지 준비해온 것을 토대로 이번 정책기간 내에 의미있는 규모의 M&A를 실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 사장의 이러한 발언은 실적 컨퍼런스콜 행사에서 향후 3년간(2021~2023년) 진행할 주주환원정책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와 주목된다. 실적 발표 행사에서 대규모 M&A 관련 언급을 한 것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삼성전자가 기존 산업에서 시장 주도적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는 한편 신규 산업에서도 지속성장 기반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최 사장은 "지난 주주환원 정책기간에 M&A를 제대로 실행하지 못해 보유 현금이 증가했는데 지속적인 현금 증가는 회사 경영에서도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고도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은 총 116조200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FCF)의 50%를 배당에 쓴다 해도 시설 투자나 M&A를 하지 않으면 나머지 잉여금은 계속 현금으로 쌓인다.


◆ 하만 인수 후 5년째 침묵 깨지나...대규모 투자도 주목


삼성전자가 M&A 추진을 공식적으로 언급하면서 지난 2016년 하만 인수 발표 이후 5년째 부재했던 대형 M&A가 이뤄질지 주목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11월 80억달러에 하만 인수를 발표한 이후 이듬해 3월 인수를 완료했다.


삼성전자가 3년 내 M&A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대상에도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회사가 공식적으로 언급을 했다는 점에서 대형 거래가 될 것이라는 점과 향후 시장 변화 상황 등을 감안하면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가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9년 ‘시스템반도체 2030’ 비전 발표를 통해 오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이라는 목표를 제시한 만큼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향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극강의 경쟁력과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에서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이에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 기업을 인수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미 삼성전자의 반도체 경쟁사들은 M&A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국내 M&A 사상 최대 규모인 10조3000억원을 투자해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또 엔비디아와 AMD 등 글로벌 기업들도 각각 ARM(암홀딩스)과 자일링스 등을 인수하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M&A가 단기간 내 경쟁력 향상을 위한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는 만큼 삼성전자도 더 이상 뒤로 미뤄서는 안될 것이라는 판단이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라인 전경.ⓒ삼성전자

이와함께 대규모 투자에도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파운드리 분야에서 타이완 TSMC와 격차를 좁히기 위해 극자외선(EUV) 장비와 신규 공장 신설 등 투자를 대폭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TSMC가 올해 최대 30조원이 넘는 막대한 투자를 예고한 상태에서 삼성도 대규모 투자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주요 외신들이 보도한 삼성의 미국 현지 투자 계획이 현실화될지도 주목된다. 블룸버그 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애리조나·뉴욕 등지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앞다퉈 보도하며 투자를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이와관련, 삼성전자는 이날 컨콜에서 “미국 공장 증설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기흥, 화성, 평택 뿐만 아니라 미국 오스틴을 포함해 전 지역을 대상으로 최적의 활용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 대규모 M&A·투자 의지에도 총수 부재 리스크 여전


삼성의 이날 M&A 추진 발언은 현재 옥중에 있는 총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사전 교감이 이뤄져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 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26일 삼성 사내망을 통해 "제가 처한 상황과 관계없이 삼성은 가야 할 길을 계속 가야 한다"며 "투자와 고용 창출이라는 기업의 본분에도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 4일 경기도 평택 3공장 건설현장을 임직원들과 함께 점검하고 있다.ⓒ삼성전자

삼성 사장단을 통해 전달된 이 메시지는 이 부회장이 자신의 구속 이후 삼성전자의 경영 차질과 대규모 투자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에 대해 총수 공백없이 업무에 매진해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가 이러한 적극적인 M&A와 투자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이러한 굵직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총수의 부재가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대규모 M&A와 신규 투자와 같은 중장기적 안목이 필요한 미래 경영 사안과 같은 결정은 옥중에서 내리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과거 구속됐던 지난 2017년 2월과 2018년 2월까지 1년간에도 대규모 M&A나 투자는 없었다.


삼성전자의 마지막 대형 빅딜이었던 하만의 경우에도 인수가 완료된 시점은 2017년 3월11일이지만 이미 2016년 11월에 발표됐던 터라 이 부회장의 옥중 경영 당시에는 M&A 절차 등 이미 계획돼 있는 사안들에 대한 결정이다.


지난 2018년 8월 발표된 180조 투자·4만명 채용, 2019년 4월 발표된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총 133조 투자·1만5000명 채용) 등은 모두 이 부회장이 현직에서 자유로운 경영활동이 가능했을 때 이뤄진 것들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형 M&A와 대규모 투자에 대한 강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총수가 옥중에 있는 상황은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며 “코로나19로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을 좌절시켜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네쉬 팔리월 하만 대표이사가 지난 2018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2018 CES'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자료사진)ⓒ삼성전자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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