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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오큘러스 퀘스트2, 의문의 효도템…“해외여행 중이야”


입력 2021.02.21 06:00 수정 2021.02.21 12:17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기기 성능 업그레이드…콘텐츠 몰입감 확 높아져

어지럼증·착용감은 숙제 …VR 대중화 포문 열듯

데일리안 =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SK텔레콤이 국내 판매를 시작한 페이스북 혼합현실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2’.ⓒ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이거 완전 해외여행 기분 나네.”


SK텔레콤이 국내 판매를 시작한 페이스북 혼합현실(MR)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2’를 체험한 아버지의 첫 소감입니다.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등 MR 기기를 처음 써본 사람들의 의례적인 반응이겠거니 하고 별생각 없이 방문을 닫았습니다. 저 역시도 다른 MR 기기를 처음 써봤을 때 감탄사를 내뱉으며 허공에 팔을 이리저리 휘둘러봤던 기억이 납니다.


HMD를 처음 접한 건 2019년 봄쯤이었습니다. 당시 몇 분 쓰지 않았는데도 너무 무겁고 어지러워서 제대로 콘텐츠를 즐기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화질도 나빴습니다. 즐길 수 있는 콘텐츠도 그리 많지 않았고 오류도 잦았습니다.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와 함께 VR·AR을 킬러콘텐츠로 밀려는 이동통신사들의 노력이 이어졌지만, 콘텐츠와 기기 모두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깜짝 놀란 것은 두 시간 뒤 거실로 나갔을 때, 아버지가 아직도 기기를 사용하고 계셔서 였습니다. 보통 VR 기기는 장시간 착용 시 어지럼증이 심해지고, 특히 머리에 쓰는 헤드마운티드디스플레이(HMD) 제품은 무겁고 기기가 닿는 이마나 볼 쪽이 눌려 오래 쓰기 힘든데, 여전히 기기에 푹 빠져 있으셔서요.


오큘러스 퀘스트2와 함께한 아버지의 여가는 장장 3일이나 이어졌습니다. 퇴근 후면 꼭 기기를 찾으셨고, 배터리가 다 닳으면 직접 충전까지 해가면서 사용하셨습니다.


SK텔레콤이 국내 판매를 시작한 페이스북 혼합현실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2’.ⓒ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헤드셋과 별도로 양손에 쥐는 스틱은 조작법이 간편하고 직관적이어서 몇 번 알려드렸더니 어느새 단순 VR 콘텐츠뿐 아니라 야구 게임까지 찾아서 하고 즐기고 계셨습니다.


‘이제 정말 VR 기기 상용화가 시작되겠구나’라는 걸 느낀 첫 순간이었습니다.


오큘러스 퀘스트2는 완전 무선 방식으로 와이파이 등 인터넷이 연결된 상태에서 켜면 자동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해 공간을 측정합니다. 빨간 줄이 나타나면서 사용자 주변에 일정 공간을 ‘나만의 가상세계’로 바꿔주고, 이곳을 벗어나면 흑백 화면으로 바뀌면서 주변 모습을 외부 카메라로 보여줍니다. 덕분에 콘텐츠에 몰입한 상태에서 범위를 벗어나도 어딘가에 부딪혀 다치거나 하는 위험을 막을 수 있습니다.


헤드셋은 UCB-C로 충전됩니다. 오래 사용해도 발열은 심하지 않았지만, 배터리 용량은 아직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두 시간 정도 사용하니 배터리 용량이 80%에서 10%대로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완충 시 3시간 정도 사용 가능해 보입니다. 30분 충전 시 0%에서 35%까지 충전됐습니다.


컨트롤러는 건전지를 넣는 방식이고, 오래 쥐고 있어도 손목에 무리 가지 않을 정도의 무게입니다. 끝에 줄이 달려서 손목에 낀 뒤 사용하면 야구 게임을 할 때 배트를 휘두르다가 같이 날려 먹어 고장 날 우려가 없겠습니다.


SK텔레콤 모델이 페이스북 혼합현실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2’를 착용한 모습.ⓒSK텔레콤

콘텐츠는 해외 명소 곳곳을 찍은 360도 영상부터 게임, 영화 등 다양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게임을 할 때 가장 몰입도가 뛰어났습니다.


롤러코스터 체험이나 스카이다이빙 콘텐츠처럼 VR 경험을 극대화하는 콘텐츠는 입에서 절로 ‘으악’ 소리가 날 정도로 꽤 실감 나는 편이었지만, 해외여행 콘텐츠는 4K 해상도로 화질이 개선됐다고는 해도 아직은 부자연스러워서 완전히 몰입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습니다.


테니스 게임인 ‘일레븐 테이블 테니스’와 리듬 게임을 ‘비트 세이버’를 해보니 각각 테니스 채와 비트를 쪼개는 도구를 휘두를 때 타격감이 좋았고, 반응 속도도 뛰어났습니다. PC나 모바일로 게임을 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몰입감이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입니다.


멀미는 개인차가 있는 듯합니다. 아버지는 2시간 넘게 쉬지 않고 이용하면서도 전혀 어지럽지 않다고 하신 반면, 저와 어머니, 동생 모두 최소 10분에서 최대 30분 정도 사용 시 어지러움을 느꼈습니다.


아쉬운 점은 헤드셋 안쪽에 여유 공간이 있어서 안경을 쓴 채 착용하는 게 가능하긴 한데, 그러면 콧등이 눌려서 조금만 쓰고 있어도 고통스러웠습니다. 또 머리 크기에 맞게 벨크로(찍찍이)로 조절할 수 있는 형태인데, 연회색인 데다가 천으로 돼 있어서 때가 타기 쉬워 보였습니다.


오큘러스 퀘스트2 출고가는 41만4000원으로 지갑을 열기 가벼운 액수는 아니지만, 돈 주고 사서 써볼 만하기 충분하다는 생각이 드는 제품입니다. 앞으로 TV처럼 각 가정에 VR 기기 한 대씩은 장만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는지도 모릅니다. 대여했던 기기를 반납한 뒤 퇴근 후 어딘가 허전해 보이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말이죠.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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