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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2일 백신 휴가 의미 있나…"강제성 없어 실효성 의문"


입력 2021.03.29 14:59 수정 2021.03.29 15:01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이상반응 있으면 의사소견서 없이 사용 가능

접종 다음날과 추가 1일… 기업에 유급휴가 권고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준비하는 의료진. ⓒ사진공동취재단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후 이상반응 때문에 정상적으로 일을 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최대 2일의 백신 휴가를 주기로 했다. 별도의 의사 소견서 없이 당사자 신청 만으로도 가능케 했지만 기업에 권고하는 수준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질 전망이다.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4월1일부터 접종 후 이상반응이 있는 사람은 별도의 의사 소견서나 진단서 없이 신청만으로도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통상 백신 접종 후 10∼12시간 이내에 이상반응이 나타나는 점을 고려해 접종 다음 날 하루 휴가를 쓰고, 만약 이상반응이 있을 때는 하루 더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내달 첫째 주부터 접종이 시작되는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와 보건교사, 6월 접종을 앞둔 경찰·소방·군인 등 사회필수인력은 물론 항공 승무원 등 민간 부문에서도 백신 휴가를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복지시설에서는 병가, 유급휴가, 업무배제 등의 조치를 통해 소속 종사자들에게 휴가를 부여한다. 사회필수인력은 관계 부처의 복무규정에 따라 병가가 적용될 예정이다.


이미 접종이 진행 중인 요양병원 등 의료기관의 경우 관련 협회와의 논의를 거쳐 휴가 사용을 독려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백신 접종에 필요한 시간에 대해서는 공가·유급휴가 등을 적용하도록 권고했다.


백신 휴가는 접종 후 심한 고열과 어지럼증 등 이상반응이 나타났다는 접종 후기들이 쏟아지자 하루나 이틀 정도는 쉬면서 증상을 관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나온 조치다.


정부는 민간 부문에 대해서는 임금 손실이 없도록 별도의 유급휴가를 주거나 병가 제도가 있을 경우 이를 활용하도록 권고·지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관계 부처를 통해 각 사업장에 대응지침을 배포하거나 경제단체 및 주요 업종별 협회에 협조를 당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백신 휴가를 의무화하지 않은 것에 대해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백신 휴가를 사용할 인원은 (전체 접종자 중 중증 이상반응이 나타난) 1∼2%보다는 높고 (일반적인 불편감을 느낀) 30%보다는 낮을 것"이라며 "이 중 심각한 이상반응이 나타난 경우에 적극적으로 휴가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규직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나 가사노동을 하는 주부 등에게는 휴가를 부여할 방법을 마련하기가 어렵다"며 "현 상황에서 의무 휴가를 적용하면 오히려 (직업별) 형평성 논란을 야기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백신 휴가가 '의무'가 아니라 '권고' 수준이라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공공기관의 경우 정부 지침에 따라 백신 휴가를 내기가 어렵지 않지만, 중소기업과 같은 민간기업의 경우 사실상 휴가를 사용하기가 쉽지 않아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백신 휴가를 적극적으로 부여하는 사업장이나 사업주에 대한 유인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지 않으면 백신 휴가가 있으나 마나 한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의사소견서가 없어도 백신 휴가를 낼 수 있게 한 것도 오히려 직장인들에게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증상이 있다는 주장만으로 휴가를 낼 수 있다고는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기업이 받아들이지 않는 등 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백신 휴가 제도가 접종률을 높이는 데 일조할 수는 있겠지만, 대다수 직장인들은 말도 꺼내보지 못하는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수 있다"며 "공기업 임직원이나 공무원들은 접종 후에 쉴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못 쉬는 일종의 차별이 될 수 있다. 기업들에 유인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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