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두드러진 건 '코로나19 불확실성'
세계 경제 회복 속 디커플링 발생 경계
美 연준, '테이퍼링' 신호 보낼 가능성↑
中 부동산버블 등 회색코뿔소 위협요인
우리나라 수출이 최근 역대 최대치를 달성하면서 경제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수출 실적은 1465억 달러로 전년 대비 12.5%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로 호황을 누렸던 2018~2019년 평균과 비교해도 실적이 5% 이상 높다. 작년 2월 코로나 확산 이후 수출이 6개월 만에 이전 수준을 회복하면서 우리 경제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다만 수출 경기를 위협할 수 있는 '그레이스완(Gray-Swan, 회색백조)'이 변수로 남아 있다. 그레이스완이란 이미 인식된 악재이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위협요인이 계속 존재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각 나라 정책 당국들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문제점도 드러나 있고 원인도 아는데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해 지지부진, 갈팡질팡 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이렇듯, 검지도 희지도 않은 상태를 백조에 비유한 말이다.
23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수출 경기를 위협할 그레이스완으로는 ▲코로나19의 불확실성 ▲글로벌 경제의 디커플링 ▲금융시장의 긴축발작 ▲2차 유럽재정위기 ▲중국의 회색코뿔소 등 5가지가 꼽혔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유일한 경제 회복 동력인 수출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수출기업들이 이러한 그레이스완을 경계하며 세계 경제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코로나19 불확실성(COVID-19 Uncertainty)
이미 예상되지만 가장 두드러진 그레이스완은 '코로나19 불확실성'이다. 향후 세계경제는 백신 보급에 따른 집단면역 형성으로 경제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전체 GDP의 42%를 차지하고 있는 G2(미국과 중국)의 안정적인 방역 상황으로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세계경제는 회복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봄 이후 글로벌 3차 유행이 시작되고 있다. 한국은 오늘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97명을 기록해 106일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고는 코로나 백신 공급 부족이 부족한 데다 백신 이상반응으로 인한 리스크도 커졌다. 코로나19에 걸려 죽을 확률보다 백신에 맞아 죽을 확률이 높다는 소식이 외신으로부터 전해진다. 결과적으로 한국을 비롯해 EU, 인도, 기타 신흥국들의 확진자수가 급증하면서 코로나19발 경제 악화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글로벌 경제 디커플링(Decoupling)
세계 경제 전반의 경기 회복 속 주요국 경기 회복 속도에 격차가 발생하는 디커플링도 예상된다. 2021년 세계 주요국 중에서는 미국, 중국이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강한 경기 상승세가 전망된다.
그러나 선진국 중에서 유로존이 상대적으로 더딘 경기 회복 속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동유럽과 PIGS 국가들의 경제 상황 개선세가 미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 신흥국 중에서도 방역 상황이 취약하거나 자원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의 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딜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의 긴축발작(Taper Tantrum)
코로나19발 경제 위기를 맞아 대부분 국가들이 극단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글로벌 신용이 급증했으며, 특히 신흥국에 대한 글로벌 자금 유입이 과도한 상황이다. 이러한 과잉유동성은 민간과 정부 부문에 대한 부채 급증으로 이어져, 'G20 비금융부문부채/GDP 비율'은 2019년 말 246%에서 2020년 말 295%로 증가가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4월 현재 7조8000억 달러로 급증한 미 연준의 자산 규모를 고려해 보면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거나 양적완화를 중단하지는 않더라도 '테이퍼링(양적완화축소)' 신호를 보낼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한다.
현대경제연구원 한 관계자는 "2013년 5월 벤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이 테이퍼링을 언급하면서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은 경험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만약 이러한 가능성이 현실화 된다면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금융 및 실물 경제의 불안정성이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차 유럽재정위기(Fiscal Crisis)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12년과 2013년 유럽의 재정위기가 발생하면서 세계 경제 전반이 침체에 빠졌다. 이는 이들 국가의 재정 구조가 방만한 데에 주된 원인이 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요국들의 경기 부양을 위한 적극적인 재정지출 확대와 경기 회복 지연에 따른 세수 부족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
비슷한 과정으로 이번 코로나 경제위기로 많은 국가들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된 가운데, 특히 지난 '1차 유럽재정위기' 국가들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재정위기가 발생하는 '2차 유럽재정위기'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중국의 회색코뿔소(Gray Rhino)
중국 경제는 2020년 경기 침체 방어에 성공한 데 이어 2021년에는 고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최근 중국 자체의 불안 요인 즉, 기업 부채, 부동산 버블, 그림자 금융 등 '회색코뿔소' 문제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 회색코뿔소란 개연성이 높고 파급력이 크지만 사람들이 간과하는 위험요인을 말한다.
중국 경제의 회복세가 견조한 수준을 유지한다면 중국 내부의 리스크 요인들의 위험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회색코뿔소 위험성이 다시 높아지는 점이 우려스러운데 특히 지금처럼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전방위적 중국 견제가 중국 내 불안 요인의 현실화를 촉발시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