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이 자오 감독 '노매드랜드' 3관왕
'미나리' 윤여정 여우조연상 수상
대니얼 칼루야 남우조연상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유색 인종과 여성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미국에서 아시아인을 향한 혐오 범죄가 급증하며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사회적 분위기와 함께 백인 남성 중심으로 이뤄진 시상으로 '화이트 오스카'란 불명예를 탈피하려는 시도가 돋보였다.
흑인, 아시아, 여성들의 활약이 펼쳐진 올해 시상식의 중심에는 중국계 미국인 클로이 자오 감독과 한국인 배우 윤여정이 있었다. 클로이 자오 감독은 이번 오스카 시상식에서 최고상에 해당하는 작품상과 감독상을 품에 안았다. 여성 오스카 감독상 배출은 2010년 '허트 로커'의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 이후 11년만이며, 아시아 여성으로서 작품상· 감독상 동시 수상은 오스카 최초의 기록이다.
연출 부문에서 클로이 자오 감독이 새 역사를 썼다면 배우 부문에서는 한국 배우 윤여정이 새 기록의 주인공이었다.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수상은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연기상임과 동시에 1957년 '사요나라'의 일본인 우메키 미요시 이후 64년 만의 아시아인의 수상이다.
남우 조연상도 유색인종이 가져갔다.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의 대니얼 칼루야가 남우조연상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남녀 주연상은 '더 파더'의 안소니 홉킨스', '노매드랜드'의 프란시스 맥도맨드가 가져갔지만 지난해 4개의 연기상을 모두 백인에게 돌아간 것과 달리 다양성이 확장된 모습이다.
올해는 연기상 후보군은 어느 때보다 다양했다. 전체 20명의 남녀 주연상과 조연상 후보 중 9명이 유색인종이었다. 특히 남우주연상의 경우 아시아계인 스티븐 연, 파키스탄계 영국인이자 무슬림 리즈 아메드, 흑인인 고(故) 채드윅 보즈먼가 이름을 올렸다. 스티븐 연의 경우 미국계 아시안인으로서 최초의 노미네이트였다.
흑인이 주인공이었던 디즈니 픽스의 애니메이션 '소울'이 장편 애니메이션, 음악상을 수상하고, 여성 흑인 가수 H.E.R.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의 '파이트 포 유'(Fight for you)로 주제가상을 받았다.
지난해 4관왕을 휩쓴 봉준호 감독은 시상자로 참여해 한국어로 감독 후보들을 소개한 점도 눈에 띄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화이트 오스카'란 지적을 받을 때마다 다문화, 다인종을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만 여전히 '백인들만의 축제'라는 인식이 강했다. 할리우드에서는 많은 인종의 영화인들이 종사하고 있지만 백인이 아닌 인종이 영광을 가져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지금까지 감독상을 수상한 흑인은 없다. 흑인 감독이 연출한 작품상은 제86회 스티븐 맥퀸 감독의 '노예 12년', 제89회에서 베리 젠킨스 감독이 '문라이트'가 전부다.
여우 주연상을 받은 흑인 여배우는 2002년 '몬스터볼'로 활약한 할리베리가 유일하다. 남우주연상은 받은 흑인 배우도 36회에서 시드니 포이티에, 74회에서 덴싱 워싱턴, 77회에서 제이미 폭스, 79회 포레스트 휘태거 등 4명에 불과하다.
제 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둔 2016년에는 2년 연속 남녀 주·조연상 후보와 작품상, 감독상 후보에 흑인 배우나 감독이 아무도 올라가지 않으면서, 할리우드 배우 윌 스미스, 스파이크 리 감독 등 많은 영화인들이 시상식을 보이콧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부침과 조롱을 지나 지난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 각본, 감독, 외국어영화상을 휩쓴데 이어 올해까지 다양한 인종과 여성들에게 상을 수여하며 '컬러풀 오스카'의 희망을 심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