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공원 실종·사망 의대생, 공원 나들목·편의점 내부서 찍힌 게 전부
시민들 "CCTV 많았다면 금방 수색했을 것…장마철 전기 문제로 CCTV 없어"
오세훈 "CCTV·신호등 하나로 묶은 스마트폴 안전 시스템 구축할 것"
서울 한강공원에서 대학생 실종됐다 사망한 채 발견됐지만, 공원 내에 폐쇄회로(CC)TV가 부족해 당시 정확한 동선과 단서 확보 등이 어려워 경찰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강공원 내 CCTV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오후 11시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반포한강공원에서 친구 A씨와 술을 마시다 실종된 의대생 손정민(22)씨는 실종 엿새 만인 지난달 30일 끝내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손 씨의 행적을 추적하고 있지만, 한강공원 내 CCTV가 부족해 손 씨가 실종됐던 25일 새벽 3시부터 5시까지의 동선을 제대로 알 수가 없어 손 씨의 사망 경위 단서를 확보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손 씨의 영상은 24일 오후 11시쯤 공원 나들목을 지나가는 모습과 한 편의점 내부에서 찍힌 게 전부였다. 손 씨의 아버지 손 현(49)씨는 "CCTV가 너무 없고 있어도 흐릿해 아들인지 아닌지 파악조차 안 된다"고 호소했다.
시민들은 한강공원에 CCTV 설치 수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강공원 안에 설치된 CCTV 443개 중 반포한강공원에 설치된 CCTV는 공원(1대), 나들목(6대), 분수(5대), 승강기(10대)로, 22개에 불과했다. 인근 편의점 점장 이모(60)씨는 "근처에 CCTV가 정말 없다"면서 "근처에 CCTV가 많았으면 대학생 실종도 금방 수색했을 텐데 답답해 미치겠다"고 토로했다. 청소 근로자는 A(53)씨는 "장마철에 이 근방이 다 물에 잠겨 전기적인 문제 때문에 CCTV가 거의 없다고 한다"며 "그럼 매년 설치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깟 돈이 얼마나 든다고"고 분노했다.
한강공원에서의 음주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3일 오전 8시 30분 여의도 한강공원 잔디밭에는 맥주, 소주병, 치킨 상자가 여기 저기에 버려져 있었다. 물가 인근 계단에도 와인병과 술잔으로 사용된 종이컵이 널브러져 있었다. 일요일 밤부터 월요일 새벽까지 사람들이 야외 술판을 벌였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영등포구 여의도 공원 인근 주민 곽모(20)씨는 "새벽 6시 30분에 주로 산책하러 나오는데, 그때까지도 술 마시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한강공원에 범죄가 일어날 수도 있고 특히, 음주로 인한 사고 위험성이 큰 만큼 CCTV가 더 설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의도 한강공원 기간제 근로자 김모(63)씨는 "여의도 한강공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없는 세상"이라면서 "몇 천 명이 오는데 술을 먹고 강가에 미끄러져 뒤로 넘어지기도 하고, 지난주에는 20대 남성이 강물에 뛰어들어 구조 요청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박모(54)씨는 "한강공원에는 밤늦은 시간까지 젊은 친구들이 술을 마시고 비틀비틀 거리는 경우가 많다"며 "언덕 둔치는 그래도 괜찮은데, 다리 밑에는 계단이 많고, 특히 강가 쪽은 콘크리트 계단이다 보니 넘어지면 사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한강공원 내 범죄 사각지대를 없애고 안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CCTV를 더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CCTV의 원래 취지는 사람의 눈으로 감시할 수 없는 시간과 공간에 사람의 눈을 대신하는 목적"이라면서 "감시의 기능을 강화해 잠재적 범죄자의 범죄 동기를 억제해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것인 만큼 감시의 눈은 많을수록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에서는 사생활 침해를 주장하지만, 한강공원은 가장 개방된 공간이고, 사적 공간이 아닌 공적 공간이다"고 덧붙였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번 한강공원 실종 의대생 사건처럼 어둡고 외부 차량이 진입 못 하는 곳에서의 범행 수사는 목격자의 증언과 CCTV 말고는 의존할 수사방법이 없다"며 "CCTV를 설치하려면 불필요한 곳에 설치되기보단 꼭 필요한 곳에 설치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강공원에 CCTV를 좀 더 많이 설치했더라면 이번 사건의 범행과 실종자를 찾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강공원 내 CCTV 부족 문제가 제기된 만큼 확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한강 공원 내 사각지대가 있다고 보고 CCTV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미 CCTV 34대를 추진하고 있고, 이 가운데 6대는 이미 설치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이어 "반포 한강공원은 장마철 빗물에 잠기는 구역이기도 해 최대한 물이 안 차는 곳에 해상도 좋은 카메라를 설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손 씨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진심으로 위로를 전한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스마트폴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스마트폴은 CCTV와 신호등, 가로등, 보안등을 하나로 묶은 시설물이다. 오 시장은 이번 달 안에 스마트폴 표준 모델을 마련하고 운영 지침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