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봉쇄된 호주에서 한 농부가 양을 이용해 세상을 떠난 숙모에게 작별 인사를 전했다.
지난 25일(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에 사는 목양업자 벤 잭슨은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치 때문에 브리즈번에 있는 숙모의 장례식장에 참석할 수 없었다. 이에 자신이 키우던 양들로 거대한 하트 모양을 하늘로 향하게 만들어 조의를 표했다.
봉쇄조치로 이동이 불가능한 잭슨은 2년 동안의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숙모의 마지막 순간에 함께하지 못했다. 그는 “비통한 심정일 때 정말로 무력함을 느꼈다”며 “특히 요즘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 봉쇄 조치까지 내려져 슬픔을 대비할 수 없었다. 숙모가 떠날 때 잘 가라는 말조차 하지 못했다”고 심정을 전했다.
비통한 심정의 잭슨은 양들에게 먹이를 주던 중 숙모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전할 묘수를 떠올렸다.
지난해 호주에 가뭄이 닥쳤을 때 트럭을 타고 평원에 있는 양들에게 직접 먹이를 주며 ABC 등 모양을 만들어냈던 경험을 이용해 거대한 ‘양 떼 하트’를 만들어 보이기로 한 것.
몇 번의 시도 끝에 잭슨은 양들로 거대한 하트를 만들었다. 양 떼가 먹이를 쫓아 대형 하트를 만드는 모습은 드론으로 촬영돼 브리즈번에 있는 숙모 가족에게 전송됐다.
가족에게 전달된 영상은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대표곡 'Bridge over Troubled Water(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와 함께 장례식에서 상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잭슨은 인터뷰에서 “이렇게라도 숙모의 마지막 길을 배웅할 수 있어 기뻤다”며 “내가 아는 숙모라면 분명히 이 영상을 좋아하셨을 것”이라고 숙모에 대한 애틋함을 표했다.
그러면서 “봉쇄령과 국경 폐쇄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건 나만이 아닐 것”이라며 “이 영상이 단 한 사람이라도 웃게 했다면 분명 숙모도 나를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