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산업 패러다임 전환 큰 의지
해상풍력 등 신재생 공급 심장 역할
ESG 등 지속가능한 가치에도 방점
최근 세계는 급변하는 물결 속에 다양한 생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 감염병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한 비대면 문화 확산, 디지털 첨단 기술을 접목한 4차 산업혁명 등 저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들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공기관 역점 사업에 대한 관심은 크게 줄어든 상황입니다. 데일리안이 기획한 [D:로그인]은 공공기관의 신사업을 조명하고 이를 통한 한국경제의 선순환을 이끌어내고자 마련됐습니다.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로그인]처럼 공공기관이 다시 한국경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조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D:로그인] 출발선을 끊을 ①편의 주인공은 우리나라 최대 전력공기업 한국전력이다. 한전은 국민의 안정적인 생활의 필수요소인 전기 공급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왔다. 최근에는 에너지 전환기를 맞아 사업 포트폴리오와 내부 시스템 혁신을 이뤄내는데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확산으로 대표되는 '에너지전환(Energy Transition)'과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신기술 기반 '디지털변환(Digital Transformation)'을 통해 에너지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이뤄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최근 핫이슈로 떠오른 탄소중립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눈앞의 성과를 넘어 기업 지속가능성을 담보한 비재무적 가치에 방점을 두겠다는 이야기다.
한국전력은 어떤 기업인가
한국전력은 1961년 전원개발을 촉진하고 전기사업의 합리적인 운영을 기함으로써 전력수급 안정을 도모하고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설립됐다. 전력 판매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시장형 공기업으로 분류된다.
한전은 발전사업과 판매사업을 모두 해왔으나 2001년 전력산업 구조 개편과 함께 발전사업을 할 수 없게 된다. 전력거래소를 통해 전력을 구입한 후 송배전과 판매사업만 하고, 발전사업은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중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등 6개 발전자회사가 전담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기 들어 한전 전력생산 참여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체계적이고 추진력 있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한전 참여가 절실하다는 이유에서다. 한전은 문재인정부 핵심 정책과제인 '에너지전환'과 '그린뉴딜' 가속화를 위해 특수목적법인(SPC) 형태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전력 분야 최대 공기업인 만큼 타 공기업과 민간 기업들과 함께 참여하는 재생에너지 사업에 안목을 제공하고 윤활유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러한 필요에 맞춰 20년 만에 한전이 신재생 발전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열어주는 법안도 추진 중이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규모 태양광·풍력 발전시설에 한해 한전에 전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전이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발전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한국전력의 역점사업은
한전은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에 맞춰 과감한 포트폴리오 전환을 이뤄내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에너지 전환 정책 기조에 따라 해외사업 개발 방향을 저탄소·친환경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공표했다. 해외 석탄화력 발전사업은 신규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파격적인 선언도 했다. 이에 따라 2050년이 되면 한전이 운영하는 해외 석탄화력 발전사업은 모두 종료된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한전은 지난 7월 15일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전력혁신본부와 재생에너지대책실은 신재생 및 분산형 전원의 확산과 이에 대비해 전력망을 선제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에너지신사업처는 그린수소, 스마트시티, 전기차 충전 등 전력산업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섰다.
특히 해상풍력의 구원투수로 나선다. 정부는 2030년까지 총 12GW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국내에 준공된 해상풍력 발전단지는 현재 한전이 운영하고 있는 60MW 전북 서남권 실증단지를 포함해 3개 단지 124MW에 불과하다. 국내외 다양한 풍력 발전사업 추진 경험과 기술력을 가진 한전이 해상풍력 사업에 적극 참여하면서 분위기 쇄신을 노리겠다는 각오다.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조성 계획으로 관심을 모으는 신안 해상풍력 사업에도 한전이 참여한다. 정부는 신안 임자도 서쪽 30km 해상에 총 8.2GW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조성할 계획인데 첫 단계로 한전이 참여한 SPC가 1.5GW 규모 구축에 나선다. 1.2GW급 전북 서남권(부안) 해상풍력사업과 100MW급 제주한림 해상풍력사업도 각각 개발 중이다.
한전은 "국내에서는 대규모 사업에 제한적으로 참여하며 해상풍력 관련 산업생태계 구축에 이바지함으로써 민간사업자들 참여를 용이하게 하는데 초점을 둘 것"이라며 "나아가 향후 20년간 현재의 10배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세계 해상풍력시장에 국내기업과 동반진출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사업 혁신을 이뤄내는 가운데서도 ESG 경영을 소홀함 없이 추진하고 있다. 특히 ESG 관련 주요 사안에 대해 주주들과 투명하게 소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전은 이사회 산하에 'ESG 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의 ESG 경영 확대를 담은 '2020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ESG 경영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작년 11월 국내 에너지기업 최초 2년 연속 2000억원 규모의 원화 ESG(지속가능) 채권을 발행했다. 한전이 발행한 ESG 채권은 2년물 300억원, 3년물 1000억원, 5년물 700억원으로 구성돼있고 발행금리는 전력채 유통수익률 대비 평균 2.65bp 낮은 수준으로 국내 원화 발행 에너지 기업 ESG 채권 중 최저 수준이다. 여기에는 친환경에너지 설비 투자를 선도하고 기업의 사회적 가치 제고에 앞장서겠다는 한전의 의지가 담겨있다.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마중물 역할"
정승일 한전 사장은 에너지 전환에 대한 확고한 소신과 철학을 가진 경영자다. 지난 6월 1일 사장 취임식에서 그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87%가 에너지 생산과 에너지 소비 과정에서 나온다"며 "전력을 포함한 에너지 전(全) 분야의 선제적 기술혁신, 과감한 에너지 시스템의 전환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탄소중립 실현에 강력한 의지도 내비쳤다. 정 사장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은 2018년 정점을 기록했고 탄소중립 목표연도까지 29년이 남았다"며 "EU가 탄소배출 정점에 도달한 이후 60년에 걸쳐 달성하고자 하는 탄소중립을 우리는 그 절반의 기간 안에 도달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두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의 제조업 비중과 에너지 다소비업 비중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우리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솔루션을 찾아 과감한 도전을 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한전이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정 사장은 "대규모 해상풍력발전과 빠르게 확대되는 신재생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최적화된 송변전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하고 전력의 생산, 운송, 소비 전주기의 효율도 높여야 한다"며 "특히 효율 향상은 발전과 송배전 설비투자를 최소화하면서 한전으로서는 시스템 설계 및 제조, 운영 노하우를 비롯해 하이테크 선도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산형 전원 인프라 구축을 위한 한전의 역할도 강조했다. 정 사장은 "마이크로그리드 구축, 지역이 주도하는 에너지전환은 전력시스템의 혁신이 뒤따라야 가능해진다"며 "한전의 역할과 기능이 변화하고 고도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한전도 정부, 유관기관과 함께 전력수요의 지역적 분산을 유도해야 한다"며 "나아가 전력 생산을 분산시킬 인센티브와 송배전 이용 요금제도를 마련하고 전력시장의 개편과 가상발전소 도입 등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D:로그인②]는 9월 13일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