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중심 경영체제' 확립…4대 성장 분야에 초점
최재원 수석부회장, 이달 중 SK온 인사에 포함 가능성
SK그룹 각 계열사들의 이사회 중심 경영 체제를 강화하겠다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약속이 지켜졌다. 관심을 모았던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경영복귀는 이번 인사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이달 중 인사를 예정하고 있는 배터리 전문 계열사 SK온으로의 복귀가 유력시된다.
2일 발표된 SK그룹 인사는 과거와 같은 그룹 차원의 일괄 발표가 아닌 각 계열사별 발표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사회를 중심으로 기업의 중요 사안들을 결정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SK 내에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SK그룹 지주회사인 SK(주)를 비롯,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 E&S 등 주요 계열사들은 오전 이사회를 거쳐 인사를 확정한 뒤 각 사별로 파이낸셜 스토리 이행을 위한 조직 및 인사 메시지를 발표했다.
SK 관계자는 “SK는 이사회 중심 경영 강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지속해 왔으며, 올해 사내외 이사들이 참석한 세 차례의 ‘거버넌스 스토리 워크샵’을 통해 각 이사회가 중심이 돼 대표이사의 평가‧보상, 임원 인사 및 조직 개편 등을 주도적으로 결정키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올해 인사이동은 크지 않았다. 대신 각사 별 파이낸셜 스토리 추진을 위해 4대 신규 성장 분야인 첨단소재, 그린, 바이오, 디지털의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춘 조직개편 및 승진이 이뤄졌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수펙스추구협의회는 기존 7개 위원회 체제를 유지하는 한편, 현임 위원장들도 모두 유임됐다.
계열사별로는 장동현 SK(주) 대표이사와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가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안재현 SK에코플랜트 사장이 SK디스커버리 신임 사장으로 이동하는 정도의 변화가 있었다.
장동현 부회장은 SK(주)를 이끌며 투자 전문 지주회사로서의 아이텐디티(Identity)를 확립하는 한편, 첨단소재, 그린, 바이오, 디지털 분야에서의 글로벌 M&A(인수합병) 등에서 가시적 성과 창출해 기업가치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아 승진했다.
김준 부회장은 SK이노베이션 계열 8개 자회사의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배터리, 소재 등 신규 성장 사업의 성공적 안착 및 성장 기반 마련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이사회로부터 내려졌다.
SK그룹 전체 사장 승진자는 6명이었다. SK하이닉스 곽노정 제조‧기술담당, 노종원 미래전략담당, SK머티리얼즈 이규원 경영관리본부장, SK넥실리스 이재홍 경영지원총괄,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최규남 미래사업팀장 등이 계열사 이동 없이 승진했고, 박원철 수펙스추구협의회 신규사업팀장은 사장 승진과 함께 SKC로 자리를 옮겼다.
특히 SK하이닉스 노종원 사장은 1975년생으로 만 46세의 젊은 나이에 사장으로 승진하며 ‘젊은 피’ 수혈의 상징이 됐다. 노 사장은 신설된 미래성장 전략 조직인 사업총괄을 이끌게 됐다.
임원 신규 선임은 지난해보다 늘었다. 아직 임원인사가 발표되지 않은 SK온 등을 제외하고도 그룹 전체적으로 총 133명이 임원으로 신규 선임되며 지난해(103명)보다 30명이 늘었다.
특히 신규 임원의 67%를 성장 분야를 담당하는 직책으로 채워 미래 성장을 염두에 둔 인사의 방향성을 확실히 했다.
여성 임원 선임도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올해 신규 선임된 여성 임원은 8명으로 지난해(7명)보다 늘었고, 총 여성임원수도 지난해 34명에서 올해 43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전체 임원의 약 4.8%에 달한다.
이번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경영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됐던 최태원 회장의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역할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이날 인사를 발표하지 않은 SK온으로의 복귀가 유력시되고 있다. SK온 현재 글로벌 파트너사들과의 파트너링 추진 등 경영상 주요 진행 사안들을 고려해 12월 중 별도로 이사회를 거쳐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최 수석부회장은 2014년 계열사의 펀드 출자금 465억원을 빼돌려 선물·옵션 투자에 사용한 혐의 등으로 징역 3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2016년 7월에 가석방으로 출소했지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취업 제한 5년을 적용받아 경영 전면에 나서지 못하다가 지난 10월 취업제한이 풀렸다.
그동안 최 수석부회장의 행보를 봐도 SK온으로의 경영복귀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그는 2018년 3월 헝가리 코마롬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부문(현 SK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 참석하며, 배터리 사업에 많은 열의를 보여 왔다. 지난해 7월 최태원 회장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충남 서산공장에서 만나 차세대 배터리 기술개발에 관한 의견을 나눴을 때도 함께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