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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is프리②] 모두가 전현무·장성규일 순 없다…극과극 성적표


입력 2021.12.09 14:36 수정 2021.12.11 15:20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예능인으로 입지 굳힌 전현무, 10년간 수입 총 400억원 예상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성공 사례는 극히 일부

"자신만의 개성·차별성 등 다양한 옵션 갖춰야"

‘누구나 가슴에 사표를 품고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직장생활 중 퇴사 충동을 느끼는 직장인들이 많다. 실제로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 등 많은 플랫폼에서 조사한 결과 직장인 10명 중 9명은 사표를 내고 싶은 충동을 느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대부분은 미래에 대한 그럴듯한 청사진을 그리고 퇴사를 한다.


ⓒ뉴시스

아나운서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퇴사 충동은 방송환경의 급변, 방송사내 아나운서의 역할 축소와 정체성 혼란, 연예기획사의 아나운서 MC 영입 급증, 조직생활보다 자유스러운 활동과 수입에 대한 욕구 증대 등 아나운서를 둘러싼 인식과 환경의 변화 등이 이유가 된다.


과거엔 ‘아나운서’라고 하면 딱딱한 이미지, 뉴스가 떠오르기 마련이지만 요즘 아나운서는 조금 더 다양한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그만큼 프리랜서 선언 이후 각종 방송을 통해 활동 중인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들이 많아지면서다. 그러나 대부분 미래에 대한 그럴듯한 청사진을 그리고 퇴사하지만, 현실은 생각만큼 녹록치 않다.


스타 아나운서들의 프리랜서 선언은 1997년 정은아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정은아 이전 원종배 전 KBS아나운서 등이 프리랜서 선언을 했지만 단발성 현상이었다. 본격적인 ‘프리 선언 바람’은 2000년대 이후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 당시 정은아, 이금희, 황현정, 임성민, 유정현, 김성경, 정지영, 박나림, 강수정, 김성주, 김병찬, 신영일, 손미나 등 적지 않은 스타 아나운서들이 방송사를 사직하고 프리랜서로 활동했거나 활동하고 있다.


초창기 프리 선언 바람을 일으킨 이들 중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방송인은 단연 김성주다. 김성주는 방송을 통해 아나운서 시절보다 무려 30배에 넘는 수입을 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현재 방송되고 있는 ‘개승자’ ‘국민가수’ ‘대한민국 치킨대전’ ‘내 이름은 캐디’ ‘뭉쳐야 차나2’ ‘더라이프쇼’ ‘알콩달콩’ ‘백종원의 골목식당’ ‘복면가왕’ 등에 출연하고 있고 올해에만 20개에 가까운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모습을 비췄다.


김성주 역시 처음부터 순탄하진 않았다. MBC 사측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히면서 수년간 활동을 하지 못했기 때문. 그런 그에게 역전의 기회를 준 것이 바로 엠넷 ‘슈퍼스타K’였다. 그는 이 시리즈를 통해 아나운서 꼬리표를 떼고 전문 MC로 날개를 달았다. 아나운서로서 다져온 차분하고 정돈된 진행 실력과 예능 요소까지 겸비하면서다. 덕분에 그를 냉대한 친정에도 화려하게 금의환향할 수 있었다.


김성주의 뒤를 이어 전현무도 2012년 프리 선언을 했고 성공한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으로 꼽힌다. 그는 스타 MC 못지않은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며 짧은 기간 내에 굳건한 입지를 다졌고, 초반 ‘비호감’ 이미지에 시달렸지만 다수의 예능을 오가며 예능인이 이미지를 굳혀갔다. 그 역시 ‘풍류대장’ ‘선을 넘는 녀석들’ ‘대한민국 아이디어리그’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전지적 참견 시점’ ‘프리한 19’ ‘나 혼자 산다’ 등 김성주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최근 알려진 전현무의 10년간 수입은 총 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프리 선언을 할 아나운서 중엔 장성규가 독보적 입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 2019년 4월 JTBC를 퇴사한 그는 여러 방송을 통해 아나운서 시절보다 수입이 총 10배 이상 늘었다고 밝혀왔다. 그도 그럴 것이 구독자 약 380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예능 ‘워크맨’의 운영자이기도 하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라켓보이즈’ 등 예능은 물론 라디오 ‘굿모닝FM 장성규입니다’, 심지어 드라마에도 종종 얼굴을 비추며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여성 아나운서 중엔 박지윤이 단연 돋보이는 성적을 내고 있다. 그는 ‘욕망 아줌마’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거침없는 입담과 방송을 향한 욕심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올해 ‘피의 게임’ ‘여고추리반’ ‘아수라장’ ‘구해줘! 숙소’ 등에 출연하거나, 출연하면서 꾸준히 친근한 이미지로 얼굴을 비추고 있다.


주로 ‘아나운서’라고 하면 지상파 아나운서에 한정해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200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된 아나테이너 열풍과 이후 케이블 스포츠 채널의 여성 스포츠 아나운서들의 인기 상승이 이어졌다. 애초에 프리랜서 혹은 계약직으로 시작한 케이블 채널, 게임채널 등 아나운서들의 활약도 눈여겨볼만하다.


ⓒ문규리TV 유튜브

한 예로, 한국경제TV 앵커로 처음 방송 활동을 시작한 문규리 아나운서는 2012년 MBC스포츠플러스에 입사하고 그해 7월부터 메이저리그 투나잇을 진행했으며, 얼마 후 채널A에 입사해 스포츠 베토벤의 보조 진행을 맡기도 했다. 채널A에서도 곧 퇴사하고 프리랜서 신분으로 다시 MBC스포츠플러스에서 프로농구 사이드 리포터로 활동했고, 메이저리그 투나잇을 다시 진행하기도 했다. 2014년 2월을 기점으론 GSL코드S리포터로 활동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고 최근에는 유튜브를 통해 운동, 요리, 책소개, 브이로그는 물론 한주의 이슈를 보여주는 코너까지 운영하며 다양한 층의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스포츠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중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신아영이다. 그는 2011년 SBS ESPN에 입사했다가 2015년 계약 만료로 퇴사하고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사실 본업보다 ‘엄친딸’ 이미지 덕분에 더 유명해진 그는 ‘스타킹’ ‘더 지니어스: 블랙사넷’ 등에 출연하며 활동 반경을 넓혔고 이후 예능프로그램 출연은 물론 각종 방송·가요 행사 진행, CF, 잡지 심지어 드라마 카메오로도 종종 얼굴을 비추고 있다. 현재는 SBS 인기 프로그램인 ‘골 때리는 그녀들’에도 합류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성공’ 사례는 손에 꼽힌다. 대부분 스타 아나운서들의 프리랜서 활동은 기대이하다. 고정 프로그램 1개 잡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물론 외부적 요인도 있지만 프리랜서를 선언한 후 새로운 모습을 보이거나 연예인과 비교해 경쟁력 있는 무기를 보이지 못한 자체적인 문제로 인해 활동 성적이 저조한 경우가 많다.


실제 2005년 KBS 공채 31기 아나운서로 데뷔, 2016년 프리를 선언한 조우종은 당시 ‘전현무를 따라잡겠다’는 당찬 포부를 드러냈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을) 버렸다”고 고백했다. 더불어 프리선언을 고민하고 있을 아나운서 후배들을 향해 “하지 마라. 현재 인력시장이 꽉 찼다. 여기서 한두 명 더 나오면 아비규환의 상황이 된다” “꼬박꼬박 월급 나오는 걸 모을 생각을 하라”는 현실적인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2011년 KBS에 입사한 조충현 아나운서도 지난 2019년 아내 김민정과 함께 동반 프리 선언을 했다. “최악의 경우 방송을 하나도 못 할 수도 있다는 각오”로 퇴사를 했다던 그는 실제로 퇴사 후 몇 달을 스케줄 없는 상황에 맞닥뜨려야 했다. 한 방송에 출연해서는 생애 처음 관리비 연체로 독촉장을 받는 모습까지 보여주면서 “지난달에 200도 못 벌었다”는 말로 높은 프리랜서의 벽을 실감케 했다.


그럼에도 최근까지도 박선영, 박찬민, 배성재, 박은영, 도경완, 장예원 등 많은 아나운서들이 줄줄이 프리랜서로 전향하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많은 아나운서들의 프리랜서 활동이 이어지고 있는 건 그만큼 방송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아지면서다. 꼭 지상파나 케이블 방송에 출연하지 않더라도 아나운서로 쌓아온 내공을 통해 개인 방송, 개인 사업 등의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통로가 많다”면서도 “다만 프리 선언을 하게 되면 그들 역시 수많은 연예인들 중 한 사람에 불과하다. 결국 제작진과 대중이 찾고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자신만의 개성, 차별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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