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일자리委 설치하고
회의도 주재했지만…악화 일로
"일자리 늘리는데 성공 못했다"
실패 자인한 뒤, 회의 주재 중단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달 29일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차기 대선에서 야당 후보로 정권이 교체돼야 한다는 응답은 54.4%에 달했으며, 여당 후보로 정권이 재창출돼야 한다는 응답은 38.2%에 그쳤다.
정권교체 여론이 국민 과반을 넘어선다는 것은 정권이 실패했다는 방증이다. 이와 관련, 현 정권의 '편가르기'가 정권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한편으로는 취임사에서 "나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도 나의 국민으로 섬기겠다"던 현 정권이 왜 '편가르기'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 의문도 제기된다.
모든 국민을 섬기려면 정권이 유능해야 한다. 그것도 보통 유능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현 정권은 민생과 직결된 일자리·성장·부동산 등 경제정책 모든 분야에서 파탄적 결과를 낳았다. 정책파탄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지지층을 붙들고 가려면 정치공학적 '편가르기'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결국 '편가르기'의 근원에는 정책무능이 깔려있는 셈이다.
일자리 정책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팔을 걷어붙였던 부문이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라는 지시에 따라 문 대통령 취임 엿새만인 2017년 5월 16일에 일자리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대통령령이 공포됐다.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는 일자리위원회가 출범하게 된 것이다.
일자리위원회 첫 회의는 위원장인 문 대통령이 2017년 6월 21일 청와대 본관에서 직접 주재했다. 문 대통령은 그해 10월 18일에 이어, 이듬해인 2018년 3월 15일에도 청와대 영빈관에서 일자리위원회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대통령의 노력과 반비례하듯 일자리 관련 통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이해 봄철에 계속해서 일자리 통계가 악화되자, 정권은 공무원시험에 이어 봄비 등 날씨 탓까지 했다. 8월에는 황수정 통계청장을 경질하고 강신욱 청장을 새로 임명했다. 그럼에도 일자리 관련 통계는 개선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10월 4일 SK하이닉스 청주공장에서 네 번째로 일자리위원회 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자리에서 사실상 '수건'을 던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부는 고용절벽이라고 말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출범해 일자리 정책에 최우선 순위를 둬서 추진해왔다"면서도 "아직까지 일자리의 양을 늘리는데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실토했다.
아울러 "민간 부분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서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결국 기업"이라고 토로했다.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실패를 자인하면서 의욕을 잃었음일까. 이후로 문 대통령은 단 한 차례도 일자리위원회 회의를 주재하지 않았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2일까지 22차례의 회의를 이어갔지만, 문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직접 주재한 2018년 10월 4일 회의 이후로는 모두 부위원장이 회의 주재를 대행하고 있다.
일찌감치 '실패'를 자인한 일자리 정책 부문에서 현 정권의 성적표는 어떨까.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최근 '산업별 일자리 증감' 규모를 분석한 보고서를 냈다.
역대 정부별 일자리 증감 규모를 담은 보고서의 내용에 따르면 △김영삼정부 220만5000개 △김대중정부 101만8000개 △노무현정부 132만9000개 △이명박정부 139만4000개 △박근혜정부 145만4000개 일자리가 늘어난 반면 △문재인정부 49만5000개의 일자리를 늘리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정부 하에서 전세 가격 안정"
1년 뒤 경제사령탑 '전세 미아' 전락
"부동산정책 잘했다" 국민 9%에 불과
결국 '백기'…"죄송, 드릴 말씀 없다"
일자리 정책에 있어서는 일찌감치 '성공하지 못했다'고 자인한 현 정권이지만,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는 자신감을 좀 더 길게 가져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정권에서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냈다. 노무현정권도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국민들에게 고통을 안겼고 지지율을 까먹었으며, 결과적으로 실패한 정권이 됐다. 이를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만큼은 성공시키겠다는 집착이 강했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일자리위원회 회의 주재를 진작 중단했던 2019년 11월에도 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는 여전히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문 대통령은 이달 열렸던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며 "전월세는 과거에는 정말 '미친 전월세'라는 얘기를 했는데, 우리 정부 하에서 전월세 가격은 안정돼 있지 않느냐"고 장담했다.
이같은 대통령의 '장담'에도 불구하고 이듬해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이 "안정돼 있다"던 전세 가격이 폭등하면서, 정권의 경제사령탑이 오도가도 못하는 '전세 미아'가 될뻔한 상황에 몰린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019년 1월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에 전세보증금 6억3000만 원으로 입주했다. 2021년 전세계약 만기를 앞두고 집주인이 자기가 들어오겠다고 통보해 홍 부총리는 집을 비워줘야할 상황에 놓였다. 그 사이 이른바 '마용성'의 집값과 전세값이 모두 폭등하면서 해당 지역의 전세 호가는 9억 원까지 치솟았다.
이에 홍 부총리는 경기 의왕의 자신의 아파트를 내놓았다. 그런데 의왕 세입자가 현 정권과 집권여당이 국회에서 강행 처리한 '임대차 3법'에 따른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겠다고 했다. 결국 홍 부총리는 2000만 원의 위로금을 세입자에게 건네고, 청구권 행사를 철회시켜 아파트 매각을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일국의 경제사령탑마저 이런 상황에 몰렸다면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 파탄과 '부동산 악법'들로 인한 일반 국민의 처지는 어땠을까. 국민들의 평가는 여론조사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4월 27일부터 29일까지 현 정권 집권 4년차를 맞이해 각 정책 분야별 평가를 설문한 적이 있다. 고용·노동 분야에서는 국민 27%만이 "잘했다"고 평가했으며, 경제 분야는 22%로 더 낮았다. 압권은 부동산 분야였다. 한 자릿수에 불과한 9%의 국민만이 "잘했다"고 평가한 것이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백기'는 임기 마지막 순간에 올려졌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해 9월 종합편성채널에 출연한 자리에서 "부동산정책에 대해서 너무나 죄송하고 드릴 말씀이 없다"며 "다음 정부가 이런 일이 없도록 어떤 토대라도 마련하는 게 우리가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