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튀니지전 후반 22분 헤더골, 경기 후 상대 수비수 자책골로 판정
득점 취소 개의치 않은 수비수 김민재, 무실점 승리에 더 큰 의미 부여
동료들 먼저 생각하는 등 성숙한 모습으로 리더로서 손색없는 자세도
‘철기둥’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말대로 ‘갖춰진 리더’다웠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피파랭킹 26위)은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은행 초청 국가대표 친선경기’ 튀니지(29위)전에서 손흥민에게 휴식을 부여한 가운데 이강인 멀티골-황의조 쐐기골 등을 묶어 4-0 대승했다.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전(1-0 승)을 통해 6경기 만에 첫 승리를 맛본 클린스만 감독은 취임 후 첫 홈 승리와 함께 첫 연승을 달렸다.
이날 터진 4골 중에는 ‘수비수’ 김민재 헤더골도 포함됐었다.
압도적인 피지컬과 파워, 그리고 놀라운 스피드로 튀니지 역습을 무력화시킨 김민재는 2-0 앞선 후반 22분 박스에서 헤더골을 넣었다. 앞서 2골 터뜨린 이강인의 코너킥을 정확히 머리로 받아 방향을 틀었는데 상대 수비수(야시네 메리아) 맞고 굴절돼 골로 연결됐다. 과감한 공격 가담과 세트피스에서의 헤더 능력이 빛난 순간이다.
아쉽게도 김민재 골은 경기 종료 후 공식 기록에서 튀니지 센터백 메리아의 자책골로 정정됐다. 김민재 헤더 이후 메리아 몸에 맞았기 때문에 들어간 골이라는 판정이다. ‘2019 아시안컵’ 중국전 이후 4년 만에 터진 A매치 골은 그렇게 지워졌다.
경기 후 만난 김민재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골이 정정된 것에 대해 “아무렇지 않다. 무실점 승리한 것이 더 기쁘고 의미 있다”고 말한 김민재는 이날도 수비수로서 높은 평가를 받는 것에 대해 “혼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수비수들이 훈련 때부터 합심하고 소통하며 만들어낸 결과”라며 리더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김민재는 이날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출전하지 않은 손흥민(토트넘) 대신 주장 완장을 찼다.
올여름 기초 군사 훈련을 받은 후 나폴리(이탈리아 세리에A)를 떠나 바이에른 뮌헨 (독일 분데스리가) 유니폼을 입은 김민재는 곧바로 주전으로 활약하면서 리그 및 UEFA 챔피언스리그 등 매 경기 선발로 출전하고 있다.
‘체력적으로 지칠 상황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오히려 다른 선수들을 먼저 챙겼다.
김민재는 “10월 A매치가 끝나면 소속팀에 복귀해서 다시 몸 관리 잘해서 부상 없는 시즌을 보내겠다”며 “모든 선수들이 힘들다. K리그 선수들은 지금 시즌 막바지라 더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모두 체력 잘 관리해서 부상 없이 시즌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숙해진 김민재는 수비라인 리더를 넘어 팀의 리더로서도 손색없는 자세를 보여줬다.
클린스만 감독도 김민재의 리더 자질을 인정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김민재는 이미 갖춰진 리더다. 운동장 안에서의 모습도 중요하지만, 밖에서도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모든 행동이 어린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이런 리더가 많이 필요하다. 손흥민과 김민재는 앞으로 중심 역할을 할 리더다"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튀니지전을 마친 한국은 나흘 뒤인 17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베트남을 상대한다.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지난 10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중국과의 친선경기에서 0-2 완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