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수사기관부터 법정까지 일관되게 범행 인정하고 반성한 점 참작된 것"
"집행유예 기간에 벌금형 이상 범죄 저지르지 않는다면 집유 취소되지는 않아"
"마약 범죄, 재범 위험성 높고 수십 차례 투약했는데도…형식적 양형 기준 적용"
"부산 돌려차기男도 어려운 어린시절 양형사유 반영…양형기준 책임주체 명확히 해야"
법원이 마약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여성에게 “범죄 유혹에 휩쓸리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법조계에선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까지 일관되게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취지로 얘기했기에 재판부에서 양형사유로 참작한 것 같다며 피고인이 집행유예 기간에 벌금형 이상의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면 집행유예가 취소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마약류 범죄는 재범 위험성이 높고, 피고인이 6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수십 차례 걸쳐 마약을 투약했는데도 재판부가 형식적인 양형 기준을 적용했다고 비판했다.
24일 광주지법 형사5단독은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앞서 A 씨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 중순 사이 수십차례에 걸쳐 마약을 매수하고 서울, 인천, 전북 등지서 이를 지인 등과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 씨는 텔레그램 등을 통해 마약을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법인 일로 문건일 변호사는 "대다수 시민들이 마약이 중범죄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양형 기준을 충족하게 될 경우 집행유예 선고를 받는 경우가 많다. 또 집행유예 선고는 재판부의 재량 범위에 속하기에 수 차례 범행을 했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징역형을 선고하지는 않는다"며 "마약은 '오용 또는 남용으로 인한 보건상의 위해(危害)를 방지하여 국민보건 향상과 건강한 사회 조성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범죄다. 그렇기에 피고인이 '단약하지 않겠다'고 강한 의지를 표출한 것도 집행유예 선고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 변호사는 "다만 양형 기준은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만든 권고 사항이다. 최근 발생한 '부산 돌려차기남'도 어려운 어린 시절이 양형사유로 반영됐는데, 양형 기준의 적용이 형식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며 "양형기준은 판사들에 대해 권고적인 효력 밖에 없지만 실질적으로 인사자료로 사용되고 있어 양형기준이 형식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특히 이에 대해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 변호사는 "이렇게 형식적인 양형기준 적용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에 사법부가 양형기준에 강제적인 효력을 부여하여 책임주체를 명확히 할지 또는 판사 개개인의 재량권을 존중해주는 방향으로 갈지에 대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부연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재판부에서는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부터 성실하게 조사에 임한 점'도 양형사유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수사기관 그리고 법정에서 일관되게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취지로 계속 얘기하면 재판부에서 참작해주는 편이다"며 "피고인이 집행유예 기간에 다른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벌금형 이상이 나오지 않는다면 집행유예는 취소되지 않는다. 다만 실형에 준하는 판결을 받게 될 경우 형을 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변호사는 "마약 범죄는 전과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형이 달라진다. 초범은 구속까지 가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다만 단순 투약이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마약을 타서 먹였을 때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판심 문유진 변호사는 "판사들은 판결을 선고하면서 ‘다시는 재범을 하지 마라. 이번은 선처해 주는 것이지만, 앞으로는 재범하게 되면 엄벌에 처해질 것이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이는 형사소송규칙 제147조 제2항의 '재판장은 판결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에게 적절한 훈계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근거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동시에 문 변호사는 "하지만 마약류 범죄는 특성상 재범의 위험성이 현저히 높고, 다른 사람을 마약범죄에 끌어들이는 확률이 높다. 특히 이 사건은 피고인이 단발성 투약이 아닌 6개월이라는 장기간 수십 차례에 걸쳐 마약을 투약했고 추징금 액수 또한 1799만 원이나 되는 점 등에 비추어 결코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