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됐든 8강까지 올라온 클린스만호가 이번에는 ‘우승 후보’ 호주와 충돌한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3일(한국시각)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킥오프하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에서 호주와 4강 티켓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인다.
한국은 지난달 31일 16강에서 사우디와 연장 120분 접전 속 1-1을 기록한 뒤 승부차기 끝에 4-2 승리했다. 토너먼트에서 가장 중요한 ‘승리’라는 결과는 가져왔지만,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팀의 경기 내용으로는 큰 아쉬움을 남겼다.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도 16강에 진출한 호주(피파랭킹 25위)는 사우디(피파랭킹 56위) 보다 훨씬 강한 상대다. 피파랭킹에서도 한국(피파랭킹 23위)과 큰 차이가 없다.
역대전적에서는 8승11무9패로 한국이 1패 더 많다. 2010년대 이후 호주와의 역대 전적에서는 2승3무2패로 팽팽하다. 2015 호주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는 한국이 1-0 승리했지만, 결승에서 1-2로 져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조별리그부터 순항 속 조 1위로 올라온 호주는 한국보다 3일 이상의 휴식을 취한 뒤 8강에 나선다. 조 2위로 토너먼트에 합류한 한국은 조별리그 접전에 이어 16강 승부차기 혈전을 치르고도 3일 밖에 쉬지 못했다.
이를 반영한 듯, 통계 전문 매체 '옵타'가 한국의 호주전 승리 확률을 47.3%로, 호주의 승리 확률을 52.7%로 분석했다.
사우디보다 피지컬도 더 좋은 호주는 공격보다 탄탄한 수비가 돋보이는 팀이다. 장신 수비수들 뒤에는 베테랑 골키퍼 매튜 라이언이 버티고 있다. 2015 아시안컵 우승 멤버이자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했던 베테랑 수문장이다. 호주 그레이엄 아놀드 감독은 “한국은 7골을 내줬는데 우리는 1골만 허용했다”며 탄탄한 수비를 자랑했다.
호주는 다소 지루한 전개의 이른바 ‘늪 축구’에도 능하다. 레스터 시티가 1부리그(EPL)에서 강등된 탓에 2부리그에서 뛰고 있는 해리 수타를 중심으로 체격과 수비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 후방에 자리해 경기 템포를 떨어뜨리고 상대를 끌어들인 뒤 날카로운 역습을 노린다. 호주의 골이 상대가 지친 경기 종반 많이 터졌던 이유 중 하나다.
중원을 지키는 잭슨 어바인도 경계대상이다. 적극적으로 수비하다가 틈이 생기면 공격적으로 돌변해 박스까지 치고 들어온다. 인도전과 시리아전 결승골의 주인공이다. 약체를 상대로도 중원에서 약점을 드러냈던 한국으로서는 각별히 경계해야 할 상대다.
체력을 앞세운 강력한 전방 압박 축구도 가능하다. 아놀드 감독은 1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90분 동안 전방 압박을 가할 생각이다. 한국의 강점인 기술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압박”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한국에 찬스가 될 수 있다. 호주가 전방 압박을 가하면 수비 뒷공간이 넓어진다. 수타(신장 198cm) 등 호주 수비수들은 키는 크지만 스피드가 떨어진다. 손흥민, 황희찬, 이재성 등 발 빠른 선수들이 측면을 공략해 파고든다면 호주 수비라인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도 측면을 파고들어 몇 차례 호주를 위협했다.
한국 축구가 보유한 뛰어난 자원들을 클린스만 감독이 제대로만 활용한다면 호주의 약점은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