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교통사고 피해자 쫓아다니며 몰래 촬영한 보험사 직원…스토킹 아니다? [디케의 눈물 226]


입력 2024.05.15 05:56 수정 2024.05.15 05:56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피고인, 손해배상청구 소송 앞두고 피해자 몰래 촬영…법원 "목적에 정당성 있어" 무죄 선고

법조계 "증거 확보 위한 정당한 촬영 목적으로 본 것…범행 2회 그쳐 공포심 느낄 정도 아니다 판단"

"사생활 침해 있을 수 있지만…유포한 것 아닌 이상 법익 침해 균형성 깨졌다고 보기 어려워"

"항소심서 유죄로 뒤집힐 수도…스토킹처벌법 시행된 지 몇년 안 돼 가이드라인 정립 필요"

ⓒ게티이미지스뱅크

장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교통사고 피해자를 따라다니며 몰래 촬영하는 등 스토킹한 혐의로 기소된 보험사 직원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서는 피고인의 행위가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지만 '정당한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해 무죄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피해자의 몸 상태는 재판 과정에서도 신체 감정을 통해 확인이 가능한 만큼, 피고인 행위의 수단과 방법이 적절했다고 보기엔 어렵다고 지적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5단독 지혜선 부장판사는 최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40)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광주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버스에 탑승한 대학생 B씨(19)를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영상으로 촬영하는 등 스토킹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 결과 B씨는 중학생 시절 교통사고를 당해 후유장애 판단을 받았고, A씨가 근무하는 보험사 상품에 가입한 가해자 부모를 상대로 5억 7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A씨는 'B씨의 장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는 A씨의 행위가 B씨에게 공포심을 유발한 것으로 보고 스토킹 처벌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 회사는 민사소송 결과에 따라 지급할 보험금 액수가 달라지는 상황이었다"며 "피고인은 자신의 업무로서 해당 제보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자료를 확보할 목적으로 이같은 행위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따라다닌 장소는 모두 대중에게 개방된 장소였으며, 촬영 시간은 각 30분이었다"며 "피해자에게 불안감 또는 불쾌감을 조성할 수 있다 하더라도 목적에 정당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재판부는 피고인이 민사소송에 쓸 목적으로 사진을 촬영했기에 '정당한 목적'이 있다고 본 것이다. 또한 범행 횟수가 2회에 그친 만큼 피해자가 극심한 공포심을 느끼지 않았다고 판단해 무죄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피해자의 몸 상태는 재판 과정에서 '신체감정'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보험사에서 몰래 영상을 찍은 것인데 그 목적이 정당했다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1심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할 가능성이 크다. 항소심으로 이어진다면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며 "스토킹범죄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대해 상급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도 있다. 스토킹처벌법은 시행된 지 몇 년 되지 않은 만큼 이번 판결을 통해 가이드라인정립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이번 사안은 보험금 부당 청구에 대한 증거 확보를 위한 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피해자의 사생활 침해가 있을 수 있으나 사진을 촬영해 무분별하게 유포한 것이 아닌 이상 법익 침해의 균형성이 깨졌다고 보기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재판 과정에서 신체감정신청 등을 통해 보험금 지급액의 적정선을 얼마든지 판단할 수 있었다. 굳이 피해자를 몰래 따라다니면서 촬영하는 방법을 택했어야 하는 건지 의문"이라며 "촬영된 영상을 통해 신체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는 것도 어렵기에 꼭 필요한 수단인지도 의문이다. 수단과 방법이 적절하지 않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운 판결이다"라고 지적했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스토킹처벌법은 시행된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만큼 아직 판례가 부족하다. 수사기관 내에서도 스토킹처벌법을 판단하는 기준이 일률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며 "수사기관에서도 내부 지침을 마련하는 동시에 사법기관에서도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논의가 더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디케의 눈물'을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