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없다면 엎어진다" F1 유치 향하는 인천시, 나홀로 질주 없어야...[기자수첩-스포츠]


입력 2024.06.15 07:00 수정 2024.06.15 08:38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모나코 F1 그랑프리. ⓒ AP=뉴시스

“지방자치단체가 유치를 추진하는 초기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민들 지지다. 없다면 (사업이)엎어질 수 있다.”


국제대회 유치 경험이 풍부한 한 인사가 ‘포뮬러원(F1)’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인천광역시(시장=유정복)의 행보를 지켜보며 한 말이다.


인천시는 올림픽-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메가 스포츠 이벤트로 분류되는 F1 그랑프리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오는 2026년 또는 2027년 F1 그랑프리를 인천에서 개최(5년 이상)해 글로벌 도시 도약의 전환점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달 25일 대회 유치단을 구성, F1 경기가 열리는 모나코를 방문했다. 스테파노 도미니칼리 포뮬러원 그룹(Formula One Group) CEO에게 대회 개최에 따른 협력 의향서도 직접 전달했다.


인천시는 F1 그랑프리 유치의 적정성과 장소(코스), 효과 등을 분석한 뒤 하반기 문화체육관광부에 국제행사 유치 의향서를 제출, 기획재정부 국제행사심의위원회 등의 행정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지난 2010년부터 4년간 F1 경기를 치른 전라남도 영암이 전용 서킷을 만든 것과는 달리 모나코나 미국 라스베이거스처럼 송도와 청라 등 시가지서 경주하는 ‘도심 레이스’를 구상하고 있다. 전용 경기장에서 치르는 것보다 도심형으로 치르는 것이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치 및 개최를 통해 1조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3일 동안 펼쳐진 F1은 관광 비수기에도 30만 명 이이 몰려 12억 달러(1조5600억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주최 측 자료)했다.


F1 직접 관중수는 연간 400만 명에 가깝고, 전 세계 TV 시청자수는 20억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포츠관광마케팅 면에서 뛰어난 수단 중 하나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프랑스 사이클경주 ‘투르 드 프랑스’를 봐도 성공한 스포츠관광마케팅의 효과는 짐작할 수 있다.


결실을 맺기까지는 험난한 길을 뛰어야 한다.


유치 목표를 향한 첫 걸음은 역시 주민들의 탄탄한 지지 확보다. 큰 규모의 국비 지원이 필요한 스포츠 이벤트 유치의 추진 초반 단계에서 지지가 없다면 엎어질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지자체들의 과거 추진 행보를 돌아보면 공감을 얻지 못하고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채 성급하게 출발했다가 고비를 넘지 못하고 좌초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전라남도 영암군)에서 2000억 원에 가까운 누적 적자 등 아픔으로 기억되는 ‘F1’ 유치라면 더더욱 지지가 필요하다. 인천 F1도 개최 수수료, 차량보관 및 대기 시설, 레이스에 적합한 도로 재보수 등 유치부터 개최까지 약 3000억 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여되는 이번 대회 유치 추진 배경은 물론 재정적 부담에 대한 투명한 공개를 통해 주민들을 확실하게 설득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해외 성공 사례를 몇 가지 수치로 포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마다 많은 관광객이 방문했음에도 영업 손실 규모가 증가했던 사례에 대해서도 시원한 설명이 필요하다. 2009년 세계도시축전 등 대규모 행사로 인한 재정 악화로 고통받았던 인천이라면 더욱 필요한 작업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각) F1 대회가 열리고 있는 모나코를 방문, F1 경기장 설계 전문업체인 드로모사 최고경영자 야르노 자펠리(왼쪽 두 번째)를 만나 실무 협의서를 체결했다. ⓒ 인천광역시

우려에도 신중하지 않고 나홀로 속도만 낸다면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더군다나 도심형 대회를 목표로 하는 만큼 주민 수용성을 절대 간과할 수 없다. 송도, 청라국제도시 등이 후보지로 검토되고 있는데 소음-도로 통제 등에 매우 예민할 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오후 늦게 펼쳐지는 대회에 300km 내외의 속도로 달리는 경주용 차의 굉음, 대회 전후로 피할 수 없는 도로 교통 통제 등에 따른 불편은 고스란히 주민들 몫이다. 경제효과도 대형 호텔이나 카지노에 쏠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잠재워야 한다. 또 자동차 경주로 인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분진 등에 대한 대책도 내놓아야 한다.


인천시가 사활을 걸고 야심차게 도전하는데 찬물을 끼얹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오히려 글로벌 도시로의 도약을 위해 스포츠관광마케팅에 행정력을 쏟는 것에 지지를 보낸다. 그러나 선의로 추진한 중차대한 작업이 주민들의 전폭적 지지라는 동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출발한다면 제동이 걸리기 십상이다. 실패 후 남는 것은 반목과 불신에 따른 갈등과 상처뿐이다. 주민들의 지지 확보가 최우선이라는 인식에서 FI을 향한 질주가 시작되어야 한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