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거짓말쟁이 런명보’ 고개 숙인 홍명보, 격정 토로 “나를 버리고 한국축구만 생각”


입력 2024.07.11 08:35 수정 2024.07.11 08:36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홍명보 울산HD 감독이 10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펼쳐진 K리그 1 울산-광주전 종료 뒤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우~~~~”, “홍명보 나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홈팀 울산 HD는 세찬 빗줄기를 맞으며 무기력하게 졌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10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은행 K리그1 2024’ 22라운드 광주FC전에서 0-1 패했다. 선두 탈환을 노렸던 울산(승점39)은 리그 3경기 연속 무승(1무2패) 탓에 3위로 밀려났다. K리그1 3연패를 노리는 팀의 최근 경기 성적으로는 좋지 않다.


경기 전부터 어수선했다. 이날 경기는 홍명보 울산 감독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된 뒤 치르는 첫 경기다. 지난달 30일까지만 해도 대표팀 감독 부임설에 대해 “팬들이 걱정할 일은 없을 것”이라며 울산 팬들을 안심시킨 뒤 대한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과정을 놓고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던 홍명보 감독의 갑작스러운 ‘이직’ 결정이라 울산 팬들이 느끼는 충격과 배신감은 실로 컸다.


예상대로 경기장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경기 전부터 올산 서포터즈 ‘처용전사’들은 ‘피노키홍’, ‘홍명보 나가라’, ‘거짓말쟁이 런명보’ 등과 같은 수위 높은 표현을 걸개에 담아 규탄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과 돌연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한 홍명보 현 울산 감독을 향한 화살이었다.


킥오프를 앞두고 울산 선수단 소개가 나오자 울산 서포터즈들은 선수들 이름을 크게 부르며 응원했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 이름이 호명된 순간, 이전과 사뭇 달랐다. “우~”하는 야유 소리와 함께 일부에서는 욕설 섞인 분노를 토해내기도 했다.


홍명보 감독. ⓒ 뉴시스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홍 감독은 “팬들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분들의 감정이 맞다”며 “경기 후 다시 얘기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고 감독석으로 향했다.


그러나 울산은 쉽지 않았다. ‘천적’ 광주를 상대로 경기 내내 끌려갔던 울산은 후반 21분 이희균의 골을 막지 못했다. 후반 34분 울산 주민규가 대각선 크로스를 과감하게 오버헤드킥으로 연결했는데 골대 오른쪽으로 빗나갔다. 이후 득점이 없었던 울산은 0-1 패배를 받아들였다.


홍 감독이 경기 후 선수들과 그라운드를 돌면서 팬들에게 인사를 전할 때도 반응은 싸늘했다. 서포터즈 처용전사 앞에 섰을 때는 야유가 쏟아졌다. 고개를 숙인 홍 감독은 침통한 표정과 함께 경기장을 빠져나와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뒤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선 홍명보 감독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생각이 바뀐 이유를 묻는 질문에 7분 이상 답했다. 그 과정에서 격정을 토로하기로 했다.


홍 감독은 “(2014 브라질월드컵 실패 기억 때문에) 도전하는 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감독직 제의를 받은 뒤)밤새 고민했다. 내 안에서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라는 강한 승리욕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 나를 버렸다. 난 없다. 이제 (내 안에는)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 이렇게 마음을 바꾸게 됐다“고 덧붙였다.


홍명보 감독. ⓒ 뉴시스

홍명보 감독은 광주전에서 날선 비판을 담은 걸개 퍼포먼스를 펼치며 야유를 보낸 울산 홈팬들을 향해서는 ”너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홍 감독을 최고로 대우했던 팬들이 받았을 충격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한다.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전력강화위원회 일원으로 감독 선임 과정의 문제를 지적한 박주호 위원에 대해서는 ”나도 그 영상을 봤다. 박주호 위원의 그 말이 불편하게 들릴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은 그런 것들도 우리가 이제는 포용해야 한다. 더 나은 한국축구를 위해 포용해야 할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장 홍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는 것은 아니다. 아직 울산과 결별 시점이 확정되지 않은 홍 감독은 오는 13일 FC서울과 23라운드 홈 경기까지는 지휘할 예정이다.이에 대해 홍 감독은 “그런 부분에 대해 협회와 얘기하고 있는 것이 아직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이 감독직 제안을 수락한 다음날인 6일 홍명보 감독이 차기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5일 이임생 기술 총괄이사와 만난 후 약 10시간 만에 축구대표팀 감독 제안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축구협회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에 이어 ‘2027 아시아축구연맹(AFC)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까지 계약을 맺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