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정관장이 대기록 도전에 나선 인천 흥국생명에 찬물을 끼얹었다.
고희진 감독이 이끄는 정관장은 17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펼쳐진 ‘2024-25 도드람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흥국생명전에서 세트 스코어 3-1(25-22, 25-23, 14-25, 25-22) 승리를 따냈다.
1~2세트를 따낸 뒤 3세트를 내주고 4세트에서 17-20으로 위기에 몰렸지만, 부키리치의 연속 득점으로 재역전에 성공했다. 이어 메가-부키리치의 블로킹과 퀵오픈이 잇따라 터지면서 25점 째를 따내고 승리를 확정했다.
벤치의 신경전 탓에 다소 과열됐던 분위기 속에도 정관장은 흔들리지 않고 세 번의 세트를 따냈다.
부키리치 외국인 공격수 부키리치는 34득점을, 메가가 20득점을 올리며 김연경(26점)이 버틴 흥국생명을 무너뜨렸다. 정관장 쌍포 부키리치와 메가는 공격 성공률에서도 47% 이상을 찍으며 위력을 떨쳤다.
세터 염혜선·외국인선수 메가가 합류해 '완전체'를 이룬 정관장은 1~2라운 때와는 사뭇 다른 경기력으로 흥국생명의 무시무시한 질주를 가로막았다.
3위 정관장(9승6패·승점26)은 5연승을 내달리며 4위 IBK기업은행(8승6패·승점22)과의 격차를 벌렸다. 선두 흥국생명(승점40)은 개막 14연승 끝에 시즌 첫 패배를 안았다. 정관장 앞에서 무너진 흥국생명은 현대건설이 2021-22시즌과 2022-23시즌 두 차례 세웠던 V-리그 여자부 역대 최다연승 타이기록에 도달하지 못했다.
도저히 질 것 같지 않던 흥국생명의 연승 행진에 제동을 건 정관장은 지난 2022년에도 V-리그 최다연승(16)에 도전하던 현대건설의 발목을 잡았던 팀이다. 배구팬들 사이에서는 ‘대기록 저지팀’으로 불리기도 한다.
배구 관계자들은 “대기록만 저지하는 게 아니라 흥국생명이나 현대건설의 우승 도전도 저지할 만한 팀이다”라고 평가한다.
정관장의 현재 기세를 보면 개막 14연승을 질주하던 흥국생명이나 지난 시즌 ‘챔피언’ 현대건설을 떠오르게 한다. 이날도 정관장은 특급 외국인 듀오 부키리치와 메가가 무려 54점을 합작하며 흥국생명에 시즌 첫 패배를 안겼다.
둘은 지난 12일 3연승을 달리던 현대건설을 상대로 56점을 찍으며 풀세트 접전을 승리(25-20 25-23 8-25 27-29 15-7)로 장식했다.
베테랑 세터 염혜선은 고희진 감독과 사인을 주고 받으며 흥국생명의 핵인 김연경을 흔들기 위해 서브를 넣었고, 외국인 듀오에 대한 견제가 집중될 때 정호영 등 국내 선수들을 활용해 포인트를 이끌어내는 등 노련한 경기운영능력을 선보였다.
강팀을 잡는 강팀이 된 정관장은 ‘완전체’를 구축, 흥국생명-현대건설 양강 구도까지 뒤흔들 수 있는 저력을 과시하며 리그의 흥미를 돋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