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퀴즈' 시리즈서 웰메이드 장르물 호평
'김과장'·'빈센조' 등 대중성까지 확보하며
스타 작가 발돋움
<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빈센조’에서는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가 악당의 방식으로 악당을 쓸어버리는 이야기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면, ‘열혈사제’ 시리즈에서는 열혈 신부가 악의 무리를 소탕하는 과정으로 쾌감을 극대화했다. ‘신의 퀴즈’ 시리즈를 통해 수사물의 긴장감을 자아냈던 박재범 작가가 코믹과 스릴러의 절묘한 조화를 보여주며 자신만의 장르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열혈사제2’는 낮에는 사제, 밤에는 벨라또: 천사파의 보스, 열혈 신부 김해일(김남길 분)이 국내 최고 마약 카르텔과 ‘한판 뜨는’ 수사극이다. 지난 2019년 방송된 ‘열혈사제’ 시즌1에서는 김해일이 구담경찰서 대표 형사 구대영(김성균 분)과 한 살인사건으로 만나 공조 수사에 들어가는 이야기로 ‘구벤저스’의 기틀을 마련했다면, 시즌2에서는 완성된 케미를 바탕으로 한층 시원해진 활약을 펼치고 있다.
◆ 박재범 작가가 더하는 코믹 한 스푼, 대중성 확대
사망 원인 불명의 사체를 조사하는 법의관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신의 퀴즈’ 시리즈로 처음 시청자들을 만난 박재범 작가는 이 드라마를 통해 OCN표 장르물의 재미를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켰다. 당시에만 해도 메디컬 장르와 범죄 스릴러의 결합이 흔하지 않았는데, 박 작가가 ‘법의학’을 소재로 한 짜임새 있는 전개로 장르물 마니아들의 호평을 받았었다.
한진우 박사(류덕환 분)와 법의관들이 그간의 콘텐츠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분석을 펼쳐놓는가 하면, 형사들과 함께 위기를 헤쳐나가는 뭉클한 과정까지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몰입을 끌어올렸다. 시즌을 거듭하며 한층 성숙해지는 한 박사처럼, 시청자들 또한 ‘신의 퀴즈’가 탄탄하게 구축한 세계관에 빠져들었고, 그 결과 4시즌까지 제작되는 성과를 거둔 박 작가였다.
이후엔 ‘유쾌함’과 ‘쾌감’을 강화해 더 넓은 시청층을 아우르고 있다. 지난 2017년 돈에 대한 천부적인 촉을 가진 ‘삥땅 전문 경리과장’ 김성룡(남궁민 분)이 더 큰 한탕을 위해 TQ그룹에 입사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부정과 불합리와 싸우며 무너져가는 회사를 살리는 ‘김과장’을 통해 오피스 드라마의 새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현실적이고, 언뜻 속물처럼 보이는 인물인 김 과장을 통해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를 꼬집는 ‘김과장’의 메시지도 의미 있었다. 그러나 이를 있을 법한 일로 그려내는 ‘현실감’은 물론, 다소 괴짜 같은 김 과장이 유발하는 웃음까지. 대중성을 놓치지 않으며 15%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었다. B급 코미디를 표방하는 ‘병맛’ 코미디로 박 작가 특유의 개성까지 보여주며 스타 작가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빈센조’ 또한 개성과 재미, 대중성을 모두 놓치지 않은 작품이었다. 조직의 배신으로 한국으로 오게 된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가 베테랑 독종 변호사와 함께 악당의 방식으로 악당을 쓸어버리는 이 드라마에서는 히어로가 아닌, 안티 히어로를 주인공으로 설정해 ‘본 적 없는’ 범죄 스릴러를 완성했었다.
한국에는 ‘마피아’가 없지만, ‘마피아’ 뺨치는 카르텔을 시원하게 깨부수는 과정에서, 얽히고설킨 관계성과 이를 통해 배가되는 복수극의 쾌감 등 범죄 스릴러의 다양한 재미들을 풍성하게 담아내며 새롭지만, 흥미로운 범죄 스릴러라는 평을 받았었다.
이후 ‘열혈’ 신부 김해일이 악을 소탕하며 단순하지만, ‘시원한’ 응징극을 선보인 박 작가는 이 드라마 ‘열혈사제’의 시즌2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번에는 부산을 배경으로, ‘마약 소탕’이라는 주제로 좁지만 더 시원한 쾌감을 예고 중이다. 유쾌함, 쾌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깊이감이 약화됐다는 우려를 사기도 하지만, 늘 새로운 색깔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박 작가가 선사하는 ‘사이다’는 또 어떤 맛일지. 궁금증을 유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