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위증교사 혐의' 1심 무죄에 고무된 野
급기야 "이재명은 민주주의 수호의 상징"
친명좌장 정성호 "'플랜B'? 원외 희망사항"
비명 "위증교사 무죄, 항소심서 뒤집힐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 이른바 '11월 위기설'은 일단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된 이 대표의 유고 사태를 염두에 둔 '대안세력'을 고심하는 분위기였으나, 이번 무죄 선고로 단일대오의 명분을 얻게 됐다.
다만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혐의 항소심, 대장동 개발비리, 불법 대북송금 재판 등 이 대표의 대권가도에 놓인 사법리스크가 산적한 상황은 언제고 민주당에 '대안론'이 재점화 될 가능성의 불씨다. 이 대표 스스로도 리더십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타개책을 고심할 수밖에 없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가 전날 위증교사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자 민주당도 한층 고무된 분위기다. 지난 15일 선거법 위반 혐의 1심에서 의원직 상실 및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하는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지만, 당초 더 무거운 형량이 선고될 전망이 많았던 위증교사 사건은 무죄가 나오면서다.
선고 직후 민주당은 이 대표를 아예 '민주주의 수호의 상징'으로 격상했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전보다 굳건한 단일대오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셈이다. 당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초'는 이날 결의문을 통해 "이 대표는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제1야당의 대표, 이제는 검찰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상징"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위증교사 1심 무죄 선고로 민주당 내부 결속이 끈끈해지고 있다. 반면, 지난 15일 이 대표 선거법 위반 1심 유죄 판결 이후 정치 활동 재개에 일시적 청신호가 켜진 비명(비이재명)계의 입지는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친명(친이재명)계에서는 이 대표의 대항마, 즉 '플랜B는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지금 민주당 내에서는 플랜B를 이야기하는 분은 없다"며 "당 밖에 계신 분들이 일부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이 대표 사법리스크에 따른 대안세력으로 이른바 '신(新) 3김'(김동연·김부겸·김경수)이 거론된다.
다만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재진행형인 상황은 이 대표와 민주당에 작지 않은 부담이다. 현재 이 대표가 받아야할 재판은 모두 5개다. 앞서 1심 선고가 나온 선거법 위반(유죄), 위증교사(무죄) 항소심 외 △백현동·성남FC·위례신도시 특혜 의혹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이 남아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1심에서 이 대표에 피선거권 박탈형이 선고된 선거법 위반 항소심 재판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선거법상 항소심 재판은 원칙적으로 3개월 이내 결과가 나와야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선거법 위반 1심 선고가 워낙 예상 밖이라 항소심에서 급격한 감형이 나올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심 법원의 무죄 판결에 검찰이 즉각 항소한 위증교사 사건도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는 위증교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대표에 무죄를 선고한 반면, 위증 혐의로 함께 기소된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비서 출신 김진성 씨에게는 일부 위증을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여권을 비롯한 야권 일각에서는 법원의 판단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위증한 사람이 있는데 왜 그런 행위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사실관계가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적 의구심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도 페이스북에 "행위는 있는데 원인은 없었다는 법기술자의 남루한 궤변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은 이해불가"라며 "2심 재판부까지 이런 궤변에 빠져 허우적 거리진 않으리라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비명계가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항소심 결과 이후 새로운 정치적 발판을 마련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비명계 전직 민주당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 1심 무죄 선고 이후 비명계가 동력을 잃었다고 하는데 언제는 동력이 있었느냐"며 "이 대표 무죄 선고는 항소심에서 뒤집어 질 거라고 확신한다. 그때까지 우리가 뚜벅뚜벅 갈 길을 걷다 보면 분명한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