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부터 당국까지 도 넘은 개입
시장 혼란에도 은행들만 고개 숙여
부조리 깨고 시장주의 회복 나서야
올해 금융권은 관치로 시작해 관치로 매듭짓는 모습이다. 어떤 정부든 이들을 향한 개입은 존재했으나 지금은 도를 넘고 있다.
대통령의 입에서 시작된 은행의 이자 장사와 돈 잔치 논란은 본격적인 관치금융의 서막이었다. 용어는 자극적이었고 무거웠다. 은행을 향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건 당연했다. 금융당국의 간섭으로 시장이 혼란한 와중에도 죄인처럼 연신 고개를 숙여야 했던 건 은행이었다.
가장 큰 이슈는 가계대출이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8월 대출 관리 목적으로 금리를 인상한 은행들을 향해 “당국이 바란 건 금리 인상이 아니었다”고 질타했다. “성급한 금리 인하 기대가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발언한 지 한 달 만이다.
은행들은 속속 대출 문을 걸어 잠갔다. 올해 대출 총량을 초과하면 내년부터 페널티를 주겠다는 당국의 압박에 잔뜩 겁을 먹었다. 다행히 날뛰던 가계부채는 진정세로 접어들었다. 은행권은 내년 초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준이 초기화됨에 따라 대출 영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핀셋 관리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가계대출이 쏠리지 않도록 월별, 분기별 관리를 예고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금융사의 발걸음이 퇴보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과거 정부는 규제를 완화해 민간 주도로 경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 등 금융사를 일컬을 때 사용했던 금융기관이란는 용어도 금융회사로 변경했다. 금융기관이라는 용어가 관치금융의 느낌이 난다는 이유였다.
문제는 이 관치 그림자가 오래 드리울수록 은행들의 행보는 더욱 수동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부가 은행의 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은행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역대급의 지원을 펼치고 있지만 이 또한 지나치게 정부 눈치보기로 비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 건 당연함에도 관치가 개입되니 벌어지는 결과다. 사회적 책임을 명분으로 은행을 죄인 취급하며 공공에서 해야 할 역할까지 요구하는 현실은 돌아봐야 한다.
은행은 이익을 창출하는 민간 기업이다. 시장의 흐름에 따라 이익을 극대화하고, 이를 주주에게 돌려줘야 한다. 은행이 사회적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선 이익과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사회적 역할 확대 자체가 목적이 되는 건 말 그대로 주객전도다.
이대로라면 새해에도 관치금융은 이어질 것이다. 가뜩이나 탄핵 정국으로 금융권도 어수선하다. 금융시장의 부조리를 만들어 온 주체가 누구인지 되물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