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제고 목적 동일…방식은 자율과 규제로 상반
금투세 폐지 이어 상법개정 추진...개미·재계 이견 ‘뚜렷’
자본시장 내 영향력 키운 투자자 정책 변화 주도 ‘눈길’
야당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대항마로 ‘코리아 부스트업’ 프로젝트를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밸류업과 마찬가지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에 목표를 두고 있지만 방식이 각각 ‘당근’(밸류업)과 ‘채찍’(코리아 부스트업)으로 갈리면서 개인 투자자들과 기업들간 온도 차가 극명하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안 토론회 개최를 통해 코리아 부스트업 프로젝트의 시동을 걸면서 야당의 자본시장 정책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비상계엄 사태로 연기된 상법 개정안 토론회를 19일 개최할 계획으로 탄핵 정국에서도 상법 개정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상법 개정안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코리아 부스트업’ 프로젝트의 핵심으로 해당 토론회도 이재명 대표가 직접 주재한다.
민주당은 지난 7월부터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맞서 코리아 부스트업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이 프로젝트는 이사회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전체 주주’로 확대하는 방안을 비롯해 대기업 집중 투표제 적용,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독립이사 선임 의무화, 소액주주 의결권 행사 확대 등 상법 개정안을 바탕으로 한 5대 과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최근 시장이 코리아 부스트업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비상계엄 선포·탄핵 가결 등 정치적 혼란이 길어지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밸류업 정책의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밸류업과 코리아 부스트업 모두 기업·주주가치 제고라는 목적은 같지만 실행 방향성에서 명확한 차이가 있다는 것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키웠다.
정부와 여당이 연초부터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은 상장사들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도록 해 주주 환원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강제성 없이 세제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들의 자율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밸류업 세제 혜택 방안이 담긴 세법 개정안은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으나 여당은 추가 입법에 나설 방침이다.
민주당이 밸류업 정책의 한계를 뛰어넘겠다며 발표한 코리아 부스트업은 기업들이 지배구조를 개선해 주식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도록 하는 것을 중점에 뒀다. 밸류업과 달리 규제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상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재계가 극심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상법 개정이 통과되면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 뿐만 아니라 해외 투기 자본의 공격으로 경영권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주주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대체로 찬성하고 있다. 최근 기업들의 불공정 합병과 기습 유상증자 등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잇따르면서 일반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주체별로 상호 이견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최근 상법 개정의 대안이자 밸류업 추가 대책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소액주주 보호를 내세웠다.
상법은 100만 개가 넘는 전체 법인에 적용되는 반면 자본시장법은 2400여개 상장법인으로 대상이 축소된다. 합병·분할 등 4가지 행위에 한정된 규제를 통해 주주를 보호하되 소송 남용이나 경영 위축은 막겠다는 구상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앞서 정부가 추진해온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힘을 실어주면서 이를 반대하는 야당을 거세게 비판한 데 이어 이번에는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야당의 편에 서는 분위기다.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개인 투자자 및 주주의 권익을 높이는 정책에 따라 움직이며 자본시장 관련 제도 변화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모양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밸류업과 코리아 부스트업이 방법론은 다를지라도 일반주주의 주주권 보호 방향은 더 뚜렷해지고 있다”며 “부스트업 프로젝트도 수정 및 보완을 거치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내년 3월 주주총회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