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여야, 특검·헌법재판관 타협" 당부에
김용민 "내란 진압이 우선인 상황…내란
진압 위해 국정 안정을 버려서라도 간다"
윤종군 "내란의 잔불조차 발본색원한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단독 의결하고 일방적으로 시한을 정해 공포를 강요한 '쌍특검법'(윤석열 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여야 타협'을 당부하며 국무회의에 해당 특검법 상정을 일단 보류했다.
헌법이 명시한 특검법 공포·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시한은 내년 1월 1일까지지만, 민주당은 일방적으로 24일을 시한으로 정한 바 있다. 자신들이 정한 시간에 한 대행이 끌려오지 않고 여야 타협을 호소하자, 민주당은 한 대행을 '윤석열 대통령의 꼭두각시'로 규정하며 즉각 탄핵소추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마침내 한 대행이 본색을 드러냈다. 내란 수괴 윤석열의 꼭두각시이고, 윤석열 내란 공동체의 핵심 일원임이 명백해졌다"며 "내란을 종식하고 국정을 안정시켜야 할 사람이 제2내란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조승래 대변인은 "법에 따라 내란을 단죄하자는데 협상이 웬 말이냐. 내란범 잡는데 공범들 허락을 받아오라는 말이냐"라며 "내란범 척결과 내란 종식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한덕수 탄핵으로 하루빨리 내란을 종식하고 제2의 내란을 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대행은 같은 날 오전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특검법 처리나 헌법재판관 임명처럼 법리 해석과 정치적 견해가 충돌하는 현안을 현명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호소했다.
야당 주도로 특검이 임명될 경우 정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우려하는 한편, 여·야·정 협의체에서 이 문제를 의제로 올려 논의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그간 한 대행에 이날까지 특검법을 공포하지 않으면 탄핵소추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해 온 만큼, 추후 야당의 '탄핵 공세'는 심화될 전망이다.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 대행이) '여야가 타협안을 토론하고 협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여·야·정 협의체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내란이 일어날 때는 무엇을 하다가 내란 수사를 하자고 하니 갑자기 합의 타령을 하며 국민의 뜻을 거부하느냐"라고 따져물었다.
이어 "(한 대행은) 끝내 국민을 버리고 윤석열의 총리로 남기를 택했다. 민주당은 국민의 명령에 따라 국민께 드린 (탄핵) 약속을 반드시 이행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내란의 잔불조차 남지 않도록 발본색원해 이 땅에 국가전복 내란 세력이 준동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 강성으로 꼽히는 김용민 의원은 국정 안정을 뒷전으로 두고서라도 내란 진압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는 게 지도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유튜버 김어준 씨의 방송에 출연해 "무슨 상황이 와도 내란 진압이 우선인 상황이라면, 내란 진압을 위해 국정 안정을 잠시 버려서라도 가겠다"고 주장했다.
한 대행의 탄핵소추안도 이미 마련돼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탄핵소추안 문건은 이미 완성됐다. 변호사들과 협력해 모든 절차를 마무리했다"며 "지도부의 최종 결정만 남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한 대행의 탄핵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SNS 상에서의 비난 게시글도 이어졌다. 김 의원과 마찬가지로 당내 강성으로 꼽히는 양문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자기 관을 짜는 내란공범"이라며 한 대행을 원색 비난했다. 이재명 대표의 비서실장인 이해식 의원도 "시간 문제이고 피해갈 수 없다. 역사의 심판은 구르는 수레바퀴와 같아서 결코 멈춰세울 수 없다"며 한 대행의 탄핵을 시사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헌법이 정한 법률안 공포 및 거부권 행사 기간을 일방적으로 단축해 대통령 권한대행을 압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탄핵 정국에서 국정 주도권을 움켜쥔 거대 야당이 외려 헌정 파괴 시도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YTN라디오에서 "헌법에는 법률안을 공포하고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을 15일로 정했는데, 민주당이 이걸 마음대로 일주일 줄여서 오늘까지 하지 않으면 탄핵하겠다고 권한대행을 지금 겁박하고 있다"며 "지금의 민주당은 무소불위의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무위원 5명 이상을 한꺼번에 탄핵시켜 국무회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특검법이 자동으로 공포되게 하겠다는 얘기까지 하고 있다"며 "이것 자체야말로 헌정 파괴 행위이자,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2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란·김건희 특검법은 17일에 정부로 이송돼 공포 또는 거부권 행사 시한이 내년 1월 1일까지로 정해졌다.
정부는 오는 31일로 예정된 정례 국무회의에서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한 권한대행은 특검법이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는지, 국가의 미래를 두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만약 한 대행이 탄핵소추돼 직무가 정지되면 정부 서열 3순위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이어받게 된다.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은 헌정사상 유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