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아수처럼'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이번 작품에서도 고레에다 감독은 가족이라는 주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자매가 노년의 아버지 불륜을 알게 된 후 억눌린 감정들이 서서히 분출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단순히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묘사하는 것을 넘어, 그는 가족이란 무엇인지, 그 안에서 개인의 자율성과 유대는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 세계는 늘 가족이라는 테마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는 혈연과 비혈연 사이의 갈등에 놓인 아버지의 이야기, '태풍이 지나가고'에서는 실패한 가장이 가족의 일원으로 자신의 위치를 재정립하려는 노력을 그렸다. '걸어도 걸어도'는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갈등을 품은 가족의 초상을,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세 자매와 이복동생이 가족의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어느 가족'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들로 이루어진 가족이 사회적 관습과 도덕적 잣대에 맞서며 사랑과 유대를 발견하는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정의를 다시 쓰는 데 기여했다.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 속 가족은 혈연에 얽매이지 않으며, 관계와 애정, 연대를 통해 이뤄진 유기적 관계로 존재했다.
'아수라처럼'은 고레에다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점한다. 이번 작품은 네 자매라는 여성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며, 가부장적 가족 구조 속에서 여성들이 겪는 억압과 그로 인한 갈등을 다룬다. 아버지의 바람이라는 큰 주제 안애 바람을 피우고 있는 첫째, 남편의 바람을 의심하고 있는 둘째, 바람을 피우는 아버지에게 실망한 셋째, 바람을 피우는 것이 크게 대수롭지 않은 넷째의 모습들을 에피소드로 나열한다.
영화는 각기 성향이 다른 자매들이 아버지의 불륜이라는 충격적인 사실과 대면하면서 균열을 드러내는 과정과 반응을 심리적으로 세밀하게 그려낸다. 애써 평온한 모습을 유지하려 했던 자매들은 서로 부딪치지만 자신들의 주체적인 목소리를 찾아가며 이 모습 자체가 '가족'이라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고레에다 감독은 냉정하지만 인간적인 접근으로 가족 내 억눌린 감정을 드러내면서 지금까지와 다른 결의 결말의 형태로 보는 이들에게 위안을 건넨다. 고레에다 영화 속 가족은 불완전한 관계 속 갈등과 사회적 편견 위에 놓여있지만, 결국 인간적인 유대와 이해를 통해 재조립돼 왔다. 이번 작품 역시 그러한 갈등 봉합 과정을 통해 개인의 상처와 대립이 공존하더라도 결국 이해와 연대를 통해 사회의 축소판인 '가족'이라는 개념을 그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