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 4관왕을 놓친 최민정(성남시청)이 울먹이는 후배 김길리(성남시청)를 따뜻하게 위로했다.
최민정은 9일(한국시각)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펼쳐진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선두로 달리던 김길리가 중국 선수와의 접촉 탓에 넘어지면서 노메달에 그쳐 4관왕에 등극하지 못했다.
한국 선수 동계아시안게임 4관왕은 역대 최다관왕 기록.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알펜시아)이 2017 삿포로 대회에서 달성했다.
최민정-김길리-김건희-이소연으로 구성된 여자 계주 대표팀은 이날 결승에서 4분 16초 683으로 4위에 그쳤다. 기량만 놓고 보면 금메달이 유력했는데 마지막 1바퀴 남겨놓고 김길리가 중국 판커신과 어깨 충돌 뒤 넘어지면서 레이스에서 이탈했다.
전날 혼성 계주와 1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던 김길리는 이날의 실수로 정작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계주 금메달’은 놓쳤다. 경기 후 울먹이던 김길리를 위로한 최민정은 역시 베테랑다웠다.
경기 후 최민정은 국내 취재진과 만나 “어릴 때부터 마지막 주자를 많이 해봤기 때문에 (김길리의)부담이 얼마나 큰 지 잘 알고 있다”며 “길리는 한국 쇼트트랙을 이끌 선수다. 이번 대회가 큰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위로하며 격려했다.
최민정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메달 5개(금3·은2)를 따냈던 최정상급 스타다. 그러나 2023-24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을 포기하고 휴식의 시간을 가졌다.
김길리라는 후배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며 ‘에이스’로 떠오른 가운데 최민정은 지난해 4월 1년 만에 복귀해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고, 이번 대회에서 혼성 계주 2000m, 여자 500m에 이어 1000m에도 정상에 서며 3관왕에 올랐다.
더 놀라운 것은 휴식 기간 단거리 종목 강화를 위한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데 한국 쇼트트랙에도 어려운 벽으로 여겨졌던 500m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점이다.
베테랑 최민정은 "이번에 계주 금메달을 놓친 것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위한 예방주사가 될 것"이라며 김길리 등 후배들과의 새로운 도전을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