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테러단체 하마스가 통치하고 있는 가자지구 주민들이 하마스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휴전 이후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재무장 등을 이유로 전면 공습에 나선 뒤 800명 가까이 사망하자 이례적으로 하마스 통치 종식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진 것이다.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도시 베이트 라히야, 자발리야와 남부 칸유니스 마을의 난민촌 일대에서 주민 수백명이 거리로 나와 하마스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하마스 나기라” “당신들은 테러리스트”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 ‘전쟁을 중단하라’ ‘우리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하마스 대원 일부는 복면을 쓰고 한때 시위 진압을 시도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시위에 참가한 한 남성은 AFP통신에 “나는 국민들을 대신해 ‘전쟁을 그만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참여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시위자 마즈디는 “사람들은 지쳤다. (종전을 위해)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권력을 포기하는 게 해답이라면 하마스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왜 권력을 포기하지 않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모하메드 알나자르는 “하마스는 우리의 피에 베팅하고 있다"며 "하마스조차도 우리를 숫자로 보고 있다”고도 비난했다. 가자지구 내 권력 유지를 위해 하마스가 주민들의 생명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얘기다.
이날 시위는 2023년 10월7일 가자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가자지구가 초토화된 데 대한 누적된 불만이 터져 나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자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에서 5만명 이상이 숨졌고 희생자 대부분은 하마스 대원이 아닌 민간인들이다.
지난 1월 15일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에 합의했지만, 이스라엘군은 이달 18일 공격을 재개한 이후 최소 792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전까지) 가자 주민들의 전쟁 피해 비난은 이스라엘을 향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두 달간의 휴전을 파기하고 17일 가자 공격을 재개하면서 주민 분노가 다시 표면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마스는 2006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이후 팔레스타인의 유력한 정치 세력으로 자리를 잡았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이끄는 파타의 거부로 자치정부 구성에 실패한 하마스는 이듬해인 2007년 가자 지구에서 파타를 몰아내고 사실상 통치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한 이후 하마스 반대 시위를 꾸준히 부추겨왔지만 대규모 반대시위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 2019년 물가인상 등을 이유로 하마스 반대시위가 가자지구 전역에서 일어났지만 당시 하마스는 시위대에 곤봉을 휘두르고 공중으로 총탄을 발사하며 강제 진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