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나노 공정 양산 시점, 올해 연말 전망
사업부 내 전담팀 꾸려 공정 개선 사활
수조원 적자 파운드리 부문 부활 초석
삼성전자가 2㎚(나노미터·1㎚=10억분의 1m) 선단공정에서 안정적인 수율 확보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2나노 공정을 적용한 자사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600 양산 일정 윤곽이 나오면서다. 경쟁사인 대만 TSMC와 미국 인텔 역시 비슷한 시기 2나노 공정 양산을 목표로 하면서 파운드리 업체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엑시노스2600 양산 시점을 올해 하반기 말로 잡았다. 그간 낮은 수율로 공정 적용에 어려움을 겪어온 상황에서 수율 개선에 성공하며 이같은 일정에 윤곽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인 양산이 가능해지면 내년 초 출시될 갤럭시S26 시리즈에 탑재가 유력한 상황이다.
엑시노스는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시스템반도체, 메모리를 하나로 집적한 칩이다.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의 시스템LSI 사업부가 설계하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생산하는 구조다.
엑시노스 칩이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됐다가 제외되기를 반복하며 고전해 왔던 만큼 삼성전자는 최근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산하에 성능 향상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하며 공정 개선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새로운 수장이 된 한진만 사장도 2나노 공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사장은 취임 직후 첫 일성으로 2나노 공정의 빠른 램프업(양산 초기 생산량 확대)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2027년 양산을 목표한 1.4나노 공정 개발도 최근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나노 등 최선단 공정 개발에 참여해 온 연구원들 일부가 차출돼 프로젝트팀이 구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2나노 양산 성공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활을 위한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부문의 파운드리 사업부는 올 1분기에도 1~2조원 규모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파운드리 사업 특성상 수주 이후 2~3년 뒤 매출이 인식되는 만큼 올해 말 양산 성공은 실적 개선의 초석이 될 수 있다.
2나노 '국가 대항전' 치열...3파전? 4파전?
삼성전자가 2나노 공정 수율을 50% 수준까지 확보했다 하더라도 대만 TSMC와의 격차는 여전한 상황이다. TSMC는 2나노 초기 수율이 60%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TSMC는 이달 초부터 2나노 고객의 주문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업계에 따르면 가장 유력한 고객은 애플로, TSMC가 양산한 첫 2나노 제품은 내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18 시리즈에 탑재될 전망이다. TSMC는 2나노 공정에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처음 적용하며 기술력을 끌어올렸다.
파운드리 경쟁사인 미국 인텔도 최선단 공정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텔은 최근 중국에서 열린 제품 설명회에서 1.8나노 공정을 적용한 자사 CPU(중앙처리장치) '팬더 레이크'를 내년 1월 공식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인텔의 새로운 수장인 립부 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인텔 비전' 콘퍼런스에서 "1.8나노급(18옹스트롬, 18A) 공정을 적용한 중앙처리장치(CPU) 제품이 하반기부터 대량 생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주도로 설립한 라피더스 역시 2나노 공정 제품의 샘플 생산을 최근 돌입했다.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라피더스는 오는 7월부터 고객사에 시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라피더스의 당초 2나노 양산 시기는 2027년이지만, 일본 정부가 직접 연구개발 및 시설 투자 비용을 사실상 모두 지원하며 빠른 발전 속도를 보이고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양산 일정이 구체화된다는 건 긍정적인 시그널을 시장에 주는 것"이라면서 "삼성전자가 GAA 기술을 통해서 3나노를 학습한 만큼, 2나노 공정에서 경쟁사가 시도하지 않은 GAA를 통해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