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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독의 기적 [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입력 2025.04.13 10:36 수정 2025.04.13 10:37        데스크 (desk@dailian.co.kr)

영화 ‘아마추어’

스포츠 경기나 각종 경연 프로그램을 보면 ‘언더독의 반란’이라는 표현을 종종 듣게 된다. 언더독(Underdog)이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언더독은 상대적인 약자를 의미하는 용어로 경쟁에서 가장 약한 사람 또는 팀, 우승할 확률이 적은 사람을 가르킨다. 원래 투견장에서 유래한 이 용어는 승패가 난 후 이긴 개가 진 개를 누르고 있는 모습에서 유래되어 밑에 깔린 개는 언더독, 위에서 누르고 있는 개는 탑독이라고 부르게 됐다. 언더독은 말 그대로 패자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이길 가능성이 적은 사람을 의미한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아마추어’는 현장 경험이 전무한 아마추어이며 약자인 언더독, CIA 요원 찰리가 탁월한 두뇌로 테러 집단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왜소하고 내성적인 찰리(라미 말렉 분)는 CIA에서 암호분석가로 근무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찰리의 아내가 테러범들에게 살해당하게 된다. CIA에서는 아무런 대응이 없고 침묵으로 일관하자 이내 진실은 묻혀지게 됐다. 컴퓨터나 두둘기는 모범생 찰리는 프로 킬러도 현장 요원도 아니다. 비록 내근직으로 총 한 발 못 쏘는 아마추어 찰리지만 특수훈련까지 받으며 고군분투한다. 신체적인 핸디캡을 극복하고 뛰어난 두뇌와 분석력으로 복수를 설계한 찰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테러범에 복수한다.


영화 ‘아마추어’는 이 시대 우리에게 맞는 영웅에 대해 말한다. 스토리를 지닌 많은 대작 영화들은 영웅 서사를 차용한다. 즉 고귀한 혈통을 타고 비범한 출생을 통해 태어난 주인공은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여러 위기에 부딪힌 후, 그 위기를 모두 극복하고 영웅 또는 승자가 된다는 기본 구조를 가진 이야기로 전개된다. 반면 영화 ‘아마추어’의 주인공 찰리는 힘이 엄청나게 세지도 않고 영웅주의에 물들어 있지도 않다. 오히려 주인공 찰리는 특수 요원도 킬러도 아닌 암호해독을 담당하는 평범한 CIA 분석가일 뿐이다. 하지만 복수를 결심한 찰스는 자신이 잘하는 정보 분석능력을 기반으로 반격을 설계한다. 비록 아마추어일지라도 자신이 제일 자신 있는 두뇌를 이용해 복수를 한다. 영화는 영웅이라는 것이 비록 남들이 볼 때는 아마추어처럼 보일지라도 자신의 영역에서 충분한 능력을 발휘해 낸다면 그것이 영웅이라는 이 시대에 맞는 영웅상을 보여준다.


지능적 스파이물로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도 제공한다. 로버트 리텔의 1981년 작품, 동명 소설이 원작인 영화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한 남자의 복수극이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기득권과 맞서는 개인의 용기와 저항을 그린 스릴러 영화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한 남자가 복수를 결심하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영화의 플롯이다. 하지만 ‘아마추어’는 정통 복수극을 새롭게 풀어낸다. 액션보다는 두뇌, 근육보다는 코드에 의지하는 암호 해독가 찰리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테러범을 추격한다. 단순한 액션 히어로가 아닌 지능형 스파이, 단순한 총격전을 넘어 암호해독, 정보 조작, 심리전까지 포함된 영화는 해킹 기술을 활용해 테러범을 쫒는 과정을 통해 관객들에게 충분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전 세계를 배경으로 다양한 로케이션 또한 다채롭게 펼쳐진다. 영화를 보는 즐거움 중에 하나가 영화 속 공간을 감상하는 것이다. 주인공 찰리는 여러 도시를 오가며 테러 집단을 추적한다. 영화는 런던, 파리, 마르세유, 이스탄불 등 각 도시의 개성과 분위기를 담은 다양한 공간들이 화려하고 다채롭게 펼쳐진다. 영화 속 도시들은 영화의 일부가 되어 특별하고 신선한 분위기를 더한다.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보다는 사회적 지위가 있거나 경제적 부를 소유한 비범한 인물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커지고 있다. 히어로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는 배경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러한 영웅보다는 평범한 보통사람들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보통사람들이 우리 사회와 경제 그리고 국가발전에 더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영화 ‘아마추어’는 언더독의 기적을 통해 보통사람들의 역할과 중요성을 조명하고 있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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