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적색경보 ‘중무리’ 김윤동 활용 옳은가
필승조 김윤동, 최근 들어 잦은 등판-많은 투구수
올 시즌 우승 도전하고 있어 김윤동 체력관리 나서야
불과 1주일 전, NC 다이노스에 공동 선두를 허용했던 KIA 타이거즈가 파죽의 6연승으로 다시 독주 채비를 갖췄다.
KIA는 2일 잠실 LG전에서 14-3, 7회 강우 콜드승을 거뒀다. KIA는 지난 한 주 삼성과 LG를 상대로 6경기 내내 10득점 이상 올리는 KBO리그 최초 대기록을 작성했다. 오락가락 장맛비도 KIA의 불방망이를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활활 타오르는 타선에 힘입어 유일한 약점인 불펜도 외형적으로는 큰 무리 없이 일주일을 보냈다.
하지만 필승조의 '키맨' 김윤동의 현재 기용법이 바람직한지는 숙고가 필요하다. 6월 중순 이후 김윤동은 연투하거나 혹은 긴 이닝을 소화해 중간과 마무리를 겸하는 소위 ‘중무리’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달 13일부터 펼쳐진 사직 롯데전에서 김윤동은 3일 연투에 나섰다. 김윤동의 1승 2세이브 활약에 힘입어 롯데를 상대로 원정 3연전을 싹쓸이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려가 되는 지점이다. 아무리 짧게 던지는 불펜 투수라도 등판 직전이나 이닝 도중에 몸을 푸는 투구 수까지 감안하면 3일 연투는 이후 악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
17일 광주 LG전에 김윤동이 또 등판했다. 3일 연투 뒤 하루를 쉬고 다시 등판한 것. 이날 그는 1.1이닝 동안 34개로 상당한 투구 수를 기록했다. 결국, 김윤동은 6월 셋째 주 KIA가 치른 6경기 중 4경기에 등판했다. 4이닝 동안 83개라는 선발 투수의 한 경기 투구수에 육박한다.
그 이후 예기치 않게 7일의 긴 휴식이 주어졌고 김윤동은 6월 25일 마산 NC전에 등판해 1이닝을 던졌다. 중간 점검이 없었던 등판 간격이 아쉽긴 하지만 소화 이닝만 놓고 보면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김윤동은 KIA가 6-2로 앞선 7회말 1사 1, 2루에 등판했다. 사실상 경기를 끝까지 맡기려는 ‘중무리’를 염두에 둔 이른 등판이었다. 등판 직후 권희동에 3점포를 얻어맞아 6-5로 좁혀졌고 8회말에는 1피안타 2볼넷으로 만루가 된 상황에서 나성범에 그랜드 슬램을 통타당해 6-9 역전을 허용했다.
김윤동이 1이닝 소화에 그친 것은 투구 수를 관리하려 했기 때문이 아니라 승부처에서 걷잡을 수 없이 난타 당해 순식간에 대량 실점을 했기 때문이다. 이날 패전 투수가 된 김윤동의 1이닝 동안 무려 41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다.
연투와 ‘중무리’는 LG와의 주말 3연전에도 이어졌다.
지난달 30일 잠실 LG전에서 10-6으로 KIA가 앞선 9회말 1이닝을 맡았던 김윤동은 다음날인 1일 잠실 LG전에는 5회말 1사 1루에서 등판해 무려 2.1이닝을 소화했다. 투구 수는 6월 30일 경기 6개, 7월 1일 경기 44개로 이틀 동안 총 50개를 던졌다.
1994년 LG를 우승시킨 이광환 감독의 ‘스타 시스템’ 이후 한국 프로야구에서 불펜 투수의 분업화가 정착하면서 ‘중무리’ 기용은 사라져 가는 추세다. 이 와중에 리그 선두 팀이 ‘중무리’에 의존하는 운영을 시즌 중반까지 이어가고 있는 것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KIA가 선두를 질주하며 많은 승수를 쌓았고 김윤동은 만 24세에 불과해 당장은 문제가 표면화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KIA가 통합 우승을 최종 목표로 삼는다면 불펜의 핵심인 김윤동의 기용 방식에 대해 재고가 필요하다.
불펜 에이스의 정규시즌 혹사 여파가 포스트시즌에서 노출, 1년 농사가 무너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8년 만에 11번째 우승을 노리는 KIA가 ‘중무리’ 기용을 지양해야 하는 이유다.
글: 이용선/정리 :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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